[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달콤한 아까시나무 꽃 향이 코끝을 떠나고 나면 찔레꽃들이 숲에 가득해집니다.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흰색 꽃으로 가득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항상 많은 생명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주변에 생명들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에너지를 주곤 합니다. 이런 생명들 중에서 언젠간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에 있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그런 생물들이 바로 멸종위기종입니다.

방송이나 사진으로 우린 자주 멸종위기종을 접합니다. 멸종위기종은 깊은 숲 속이나 맑은 계곡 등에 살아가는 우리와 멀지만 막연하게 보전해야 하는 생물로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살아갑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청주 역시 가까운 곳에 멸종위기종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우암산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Ⅱ급인 하늘다람쥐가 살고 있습니다. 하늘다람쥐는 생긴 건 다람쥐와 비슷하지만 몸이 회백색으로 눈이 동그랗고 귀여운 동물입니다. 그리고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털로 덮인 피막을 갖고 있어서 7~8m 정도 날아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가끔 다큐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하늘다람쥐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우암산 우회도로 근처에서 관찰되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걷는 숲길 위로 하늘다람쥐가 날아다니고 있었을 것입니다.

요즘 비가 자주 오면서 바빠진 생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와 친숙한 개구리들입니다. 청주 도심에도 멸종위기종인 개구리와 맹꽁이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맹꽁이는 우리가 생활하는 생활권에도 존재를 뽐냅니다. 청주시민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현대백화점 주변인 솔밭초등학교 뒤편 임시주차장 수로에는 매년 장마철이 되면 '맹꽁' '맹꽁'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주변이 아스팔트로 임시 포장되었지만 그나마 남은 수로에서 맹꽁이들은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가지만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청주시의 생활권에는 무심천과 미호천으로 금강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낭성을 넘어 미원으로 가면 한강 상류인 달천이 펼쳐져 있습니다. 옥화9경으로 이름을 알려져 있는 곳으로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입니다.

이 달천 물속에는 멸종위기종인 묵납자루와 가는돌고기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묵납자루는 먹색을 띠는 납자루라는 이름과 같이 옥빛이 아름답게 수놓고 산란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납자루 종류의 물고기는 민물조개에 산란을 하는데 서로 조개를 두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옥화대 일대는 민물조개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묵납자루를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가는돌고기는 한강과 임진강 수계에만 분포하는 물고기입니다. 특히 옥화대 일대에는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데 바로 꺽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돌고기 종류는 꺽지가 알을 낳은 곳에 탁란을 하는데 꺽지가 알을 낳고 지키는 습성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꺽지를 보기 힘들 정도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가는돌고기의 삶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는 청주시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와 가까운 세종시는 신도시로 계속해서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주변이 금강이 있어 평야가 발달된 세종시는 논에 사는 멸종위기종Ⅱ급인 금개구리가 큰 이슈였습니다.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고 이주했지만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에 멸종위기종Ⅰ급인 생물들의 서식이 밝혀지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세종시 호수공원에 옆 수로에서 희귀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와 4대강 수문이 열린 세종보에는 모래강에 서식하는 흰수마자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멸종위기의 생명들이 주변에 함께 살아갑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우리 주변에 사람들 중에 이목을 끌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심을 받고자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관심종자 줄여서 관종이라고 불립니다. 의미는 좋지 않지만 사람도 관심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관심을 받아야 하는 생물종이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이런 생명들을 보전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존재를 알지 못하면 언제든지 살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종에 대한 다른 의미를 담고자 합니다. '특별한 생명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생물종'입니다. 앞으로 관종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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