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충주시가 옛 한국전력수안보연수원을 무단 매입한 사태와 관련, 수안보도시재생사업의 주체인 주민협의체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수안보도시재생사업을 지연시키는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30분 뒤,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충주시민단체연대회의라는 단체도 "어렵게 따온 사업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충주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안보 일부 주민들과 일부 시민단체가 동시에 나서 충주시를 엄호하고 상대적으로 시의회에는 발목잡기를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모양새다.

이들은 각각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받지않은 충주시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결국 최종 포문은 시의회를 겨눴다.

주민협의체는 기자회견에서 "수안보 면민은 본질이 흐려지는 억측과 루머로 사업이 늦춰지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충주시는 시의회의 승인을 무시한 채 몰래 예산을 집행했다.

정부가 국회의 의결을 받지않고 마음대로 예산을 집행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자치단체가 지방의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초유의 사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지방자치제도의 시스템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비상식적인 일이 충주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수안보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조속한 사업 추진이라는 명분을 들어 시의회의 역할을 발목잡기로 규정하려는 것은 극히 비상식적인 해석이다.

예산 의결 기능과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없다면 지방의회는 아예 존재가치가 없다.

이들의 주장은 시민들이 스스로 뽑은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역할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주민협의체 대표는 충주시가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받기 전에 옛 한전수안보연수원을 무단으로 매입한 사실을 알고있었다.

시의 잘못된 행태를 알고도 방관했던 그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본질을 흐리는 것은 아닌지 묻고싶다.

앞뒤 맞지 않는 주장이 계속된다면 이번 사태에 대한 물타기 시도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조길형 시장이 일부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도 논란이다.

조 시장은 이번 사태를 놓고 "직원이 실수를 해놓고 와서 보고했다. 직원의 실수를 안고 수습하는 것이 리더의 숙명이다. 허위와 정치적 공격을 해대니 모진 세월을 실감한다"고 문자를 통해 밝혔다.

자신이 직접 결재한 사안을 직원의 실수로 치부하고, '리더의 숙명' 운운하는 것은 리더로서의 포용력을 가장한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사태를 (시의회와 언론의)'정치적 공격'으로 간주하는 그의 태도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얄팍한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자신에게 쏠리는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몰고가려는 극히 비겁하고 졸렬한 행위다.

그가 타협 불가능한 자기논리에 심각하게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조 시장은 두번이나 공개사과를 했지만 반성에 대한 진정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충주시가 시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받지않은 채 몰래 옛 한전수안보연수원을 매입해 지방자치의 근본을 훼손했다는 점이다.

최종 결재권자이자 책임자인 조 시장은 입이 열개라도 굳게 닫고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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