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광형 뉴스1 세종충북본부 대표

21대 총선(4월15일)이 끝난 지 한 달 남짓한 데 벌써 차기 지방선거가 거론된다. 충북 도정사상 처음으로 3선을 역임 중인 '포스트 이시종'에 관해서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미래통합당 일부 후보 캠프 열성 지지자들이 제기한 것이다. 차기 총선까지 기다리기에는 조급증이 나는 모양이다. 피선거권을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출마는 자유다. 하지만 얼마 전 민심을 전한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신중해야 한다.

때 이르게 자천타천 거론되는 지사 선거 후보는 대략 4~5명 정도다. 여권에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한범덕 청주시장이, 야권에선 이종배 의원과 정우택 의원, 박경국 전 행안부 차관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들 모두 공직이력이나 정치경력에서 볼 때 정체성과 권력 의지 측면의 차이만 있을 뿐 도정을 이끌기에 충분한 지역의 인적 자산임이 분명하다. 이들 중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노영민 실장이다.

노 실장은 17대 국회의원부터 19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가 2017년 국회의원회관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해 놓고 피감기관에 자서전을 판매한 일로 20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 출범과 함께 2017년 주중대사로 화려하게 복귀한 뒤 2019년에는 대통령비서실장에 올랐다. 정무직 공직자는 또 다른 선택을 받아야 권력을 이어갈 수 있다.

노 실장은 줄곧 차기 충북지사 출마설이 나돌았다. 사실 여부야 2년 뒤 알겠지만, 현재 지역 정서로 볼 때 그의 입지는 어느 잠정 후보군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데 이론은 없다.

최근 충북 최대 현안인 '방사광가속기' 청주 유치에 숨은 역할을 하면서 더욱 그렇다. 노 실장이 진보 정권의 뿌리이자 호남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막후 역할을 했다는 게 유치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약 접근성, 지질, 인프라 등 과학적 평가를 배제하고 정치가 개입됐다면 1조원대 사업비와 13만 명의 고용효과를 낼 거대 사업을 전남 나주에 빼앗겼을 것이란 게 정설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 때도 입지조건에서 청주가 압도적이었지만, 정치가 개입하면서 경북 포항이 가져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총선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의 호남지지 발언, 입지조건의 불리함을 감지한 호남정치권의 평가방식 변경요구 등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담보해준 게 노 실장이라고 한다.

결국 이번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 성공 드라마는 총괄기획 이시종, 얼굴 없는 주연 노영민, 조연 한범덕과 도민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번 유치에 실패했다면 이들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을까.

이광형 뉴스1 세종충북본부 대표

아마도 이 지사는 3선의 영광을 뒤로한 채 도정에 실패한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지사'로 낙인됐을 게 뻔하다. 그동안 지역의 핵심사업이었던 오송역세권 개발 무산, 항공정비산업(MRO) 실패, 이란 2조원대 투자유치 무산 등 치욕의 일들만 거론되며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노 실장 또한 '정권의 2인자'라는 별칭은 뒤로하고 '바지 실장'으로 인식되며 향후 고향에서의 정치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을 거다. 정치는 생물인지라 2년 뒤 일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현재 여론이나 정치지형을 볼 때 적어도 노 실장은 이번 일로 고향에서의 정치 미래가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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