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이상욱 옥천고 수석교사

어느 나라에서는 AI에 이제까지의 사법시험 문제를 모두 데이터를 넣어주고 올해의 문제를 뽑게 했더니 65%의 같은 유형의 문제를 뽑아냈다고 한다. 또 AI에게 과외를 받게 했더니 과외 교사가 하는 것보다 60% 정도 실력이 향상됐다고 한다. 언젠가 교원 임용고시 면접에 'AI가 수업하는 것과 교사가 수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대다수 응시생은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답을 했다. 'AI는 해서는 안 된다. 이유는 AI는 교사가 할 수 있는 감성, 인간성 등을 교육할 수 없다. 그러니 AI보다는 인간이 교육해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라는 보편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다른 방향으로 답변한 응시생은 없었다.

과연 그럴까요? 여러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치르기가 쉽지 않다. 5월 말, 6월 초에 예정된 시험을 미루고 또 미루고….

아이들은 학교에 한 번 왔었고, 얼굴 한 번 못 보고, 온라인 수업만으로 중간고사를 치러야 하는 상태이다. A교사는 온라인 클래스에 EBS 강사의 강의 영상을 올려놓고 아이들은 듣고 공부하고 교사는 확인하고 정리하고, ZOOM으로 화상 연결하고 대화하며 과제를 내주고 점검하고…. B교사는 네이버 밴드에 학습자료 올리고 채팅방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질의 응답하고, 결과물 사진 찍어 올려 즉석에서 확인하고 평가하고…. C교사는 교실에서 녹화기로 평소 수업같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며…. D교사는 PPT로 수업을 제작·편집해 동영상 만들어 수업하고….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안정된 모습들이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교사들은 어떤 식으로 든지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고민하고 한 명이라도 더 강의에 참여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EBS 교육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져 있어서 다행이다. 어떤 교사는 '내가 수업을 해도 EBS 영상 수업보다 더 잘할 자신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온라인 클래스가 '상당히 보편적이고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AI가 수업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 번 해본다. 만약 AI가 수업에 도입된다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온라인 수업의 장·단점을 살펴보면서 AI와 연관을 지어 생각해 보려 한다, 먼저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살펴보면 수업 진도가 빠르고 정확하다. 빠지는 내용 없이 순서대로 진행이 되며 재수강을 들을 수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으니까 선생님의 생각을 정확히 끊이지 않고 전달할 수 있다. 앞 차시와의 연결이 매끄럽고 학생 스스로 능동적인 참여로 자기주도적 학습이 유리하다. 생활지도가 없어서 수업에 몰입할 수 있고 각색된 시나리오대로 운영하다보니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가 쉽다. 도입·전개·정리가 명확하고 시간의 안배가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현세대의 특성에 맞는 기기(폰,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수업의 단점으로는 쌍방향 수업이 어려워 아이들과의 감정 교감, 레포 형성, 상호 작용이 어렵다. 수업을 듣는 지, 안 듣는 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활동, 참여, 모둠 협력수업이 어렵고, 실기·실습수업을 하기가 어렵다. 학생 하나하나에 주목하는 수업이 힘들며, 교사의 수업 준비 시간이 길다.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하기 어려워 개별화 학습이 쉽지 않고, 동료끼리의 공유하기, 교감 나누기, 상호 협력수업, 사회성 발달 등이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AI가 적합하고 어떤 부분은 인간이 적합하지 않을까? 'AI와 인간. 누가 맞느냐'는 찬반 논리보다는 서로 공존하는 방식의 선택이 해답이지 않을까 싶다.

이상욱 옥천고 수석교사
이상욱 옥천고 수석교사

학교·교사가 할 수 있는 역할과 교사의 역할을 굳이 구분하려 하지 말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온라인 수업, 모두가 처음으로 겪는 일이고 세상 어디에도 따다 쓸 본보기가 없다. 혼란스럽고 갈피가 없지만 세계 최초라는 것에 그 가치를 두고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성공적으로 이룬다면 선진국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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