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제천 백운면의 한 과수원에서 뿌리째 캐낸 과수나무들을 땅에 매몰하는 방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도 제공<br>

'과수 에이즈'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충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져 방역당국과 과수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15년 경기도 안성에서 첫 발생한 후 매년 되풀이되는 과수화상병은 과수나무 잎과 줄기, 꽃, 과일 등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말라 죽는 국가 검역병이다. 사과와 배에서 주로 발생하며, 치료제가 없고 발생 원인도 오리무중이다.

현재로서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어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4~5월 새 가지나 꽃눈이 나오기 전에 사전 방제하는게 고작이다.

올해부터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처럼 농가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발생률이 5% 미만이면 인접 나무를 제거하고, 5% 이상이면 폐원하는 것으로 지침이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는 과수화상병에 감염되면 무조건 나무를 뿌리째 뽑아 땅에 묻고 과수원을 폐원해야 했다.

과수화상병은 지난해 전국 11개 시·군 181곳의 농가에서 발생했다. 충북의 피해가 가장 컸는데 충주, 제천, 음성 등 전국의 80%에 이르는 145곳(89㏊)이 피해를 입었다. 충주는 이중 절반인 75곳의 과수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는 첫 신고 열흘 만인 지난 25일까지 경기 안성, 충남 천안, 충북 충주·제천 등 4개 시·군, 45농가(27㏊)에서 발생했다. 벌써 지난해 피해의 30%를 넘어서는 규모다.

전국적인 확산세도 우려스럽지만 충북에서는 그야말로 급속도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첫 발생이후 며칠도 안돼 무더기 확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북부 지역 34개 과수원에서 발생했다. 또한 충주 사과 등 26곳에서 의심 증상을 발견, 시료 분석 중이어서 추가 확산이 불보듯하다.

더구나 최근들어 하루 평균 접수건수가 10여건에 달하는 등 기온 상승에 따라 당분간 화상병 의심 신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처럼 사과 주산지인 충주가 80% 이상을 차지해 국내 상륙 6년 만에 충주지역 풍토병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과수전문가의 분석이다. 올해 확진된 과수원들 역시 대부분 지난해 발생한 곳으로부터 2㎞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 이 지역에 토착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올해 과수화상병이 크게 번질 조짐을 보이자 농촌진흥청은 경계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하고 적극적인 예찰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전염경로를 찾기 어렵고 전파력이 강해 효과적인 예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이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도 치료약이 없다는 핑계로 더 이상 방관하면 안된다. 예찰과 봄철 방제로만 대응한다면 머지않아 국내산 사과를 먹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발생 인근 과수로의 전파가 확인된 만큼 당장은 피해가 확인된 과수원을 중심으로 집중 방제에 주력해야 한다. 올해는 이미 때를 놓쳤다치더라도 일단 내년 감염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보자는 얘기다.

피해농가 보상금도 현실화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충북의 농가에 피해보상금 270억원을 지급했지만 3년 동안 과수나무를 심을 수 없어 소득대책이 없는 농가의 실질적 보상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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