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관련 지침 수시로 변경
이의신청 수용했다 하루만에 번복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정부의 오락가락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으로 애꿎은 자치단체 공무원들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사는 A(30)씨는 최근 시 재난지원금 담당 부서로부터 황당한 일을 당했다.

자신이 제기한 이의신청이 인용됐다고 연락받았으나 바로 다음 날 같은 부서에서 착오였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번복했다.

지난 1월 혼인 신고한 A씨 부부는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 예정일이 몇 달 남아 세대를 분리하지 못하고 기존처럼 각자의 부친 주민등록상 주소지에서 세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A씨는 아파트 입주를 한 지난 4월에서야 가경동으로 전입 신고한 후 부인과 함께 별도의 세대를 구성했다.

이후 A씨는 5월 14일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별도의 세대로 인정받지 못하자 바로 이의신청을 했다.

엄밀히 따지면 3월 29일 주민등록상 세대원 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 이전에 혼인 신고를 했으므로 세대 구성은 기준일 이전에 이미 완성됐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시는 확인 절차를 거쳐 5월 27일 A씨에게 이의신청이 인용됐으니 거주지 동사무소에서 신청하면 가족 2명분인 6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연락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시에선 착오였다며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하루 만에 이의신청 인용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A씨는 행정 일관성을 제기하며 거세게 항의했으나 시는 지급기준 등 원론적인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된다고 할 때는 언제고, 하루 만에 안 된다고 번복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청주시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업무가 허술한 게 아니냐"고 했다.

시청 직원들에게 항의할 만도 하나 이는 행정안전부에서 지급기준을 변경해서다.

애초 3월 29일부터 5월 10일까지 혼인 신고한 부부는 서로 주소지를 달리해도 별도의 한 세대로 인정해 줬다.

하지만 행안부에서 이 기준에 충족하더라도 배우자가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지 않으면 세대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루 만에 지급기준이 이같이 변경되면서 A씨는 세대주로 인정받지 못했다.

행안부의 지급기준 변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혼소송 중이라도 지원금은 모두 세대주에게 지급됐으나 이제는 4월 30일 기준 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이의신청을 통해 분리해서 받을 수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지역도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제한했다가 오는 4일부터는 별도의 신청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이지만, 수시로 바뀌는 기준에 장단을 맞추는 자치단체 공무원은 현장에서 주민들의 '욕받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주시 재난지원금 담당자는 "지침이 수시로 조금씩 변경되니 그때마다 지급 기준도 달라진다"며 "이의신청을 모두 수용하고 싶으나 관련 기준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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