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평소 드라마에 관심이 없던 내가 첫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몰아서 보게 된 것은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불시착' 이야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 촬영지중 한 곳이 우리 지역의 비내섬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였다.

듬직한 남자 주인공 리정혁 역을 맡은 '현빈'에게 여자들은 열광하였고, 남자들은 눈웃음이 매력적인 윤세리 역 '손예진'에게 푹 빠져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여주인공 손예진의 사랑스러움에 나 또한 행복한 대리 만족을 하며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남한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비내섬은 영화 촬영지로 알려지기 전에도 문득 생각나면 자주 찾아가던 곳이다. 맑은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비내강가는 계절마다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고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의 군락지가 장관을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을 평화롭게 즐길 수 있어 즐겨 찾곤 했다. 그런 비내섬이 이제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니 괜히 마음이 뿌듯했다.

핸드폰 앨범에 저장된 사진을 뒤적이던 며칠 전에는 지난 가을에 지인과 함께 비내섬을 걷고 있는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엠마오 가는 길'이란 제목을 달고 전송된 사진에서 갈대 사이를 지나는 서걱대는 바람소리가 그대로 들려오는 듯하다. 비내강가에서 물수제비도 뜨고 갈대숲 사이사이를 걸으며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던 그때가 새삼 소중하게 다가왔다.

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지난주 오후에 다시 비내섬을 찾았다. 입구에는 비내섬에서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 '전우치' '서부전선' '광개토대왕' '정도전' '불의여신 정이'와 '사랑의 불시착'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았어도 스쳐 지나간 곳이 이곳 비내섬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장면들이라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다.

비내섬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자 차박이나 캠핑족, 캠핑카가 발길이 줄을 이었다는데 지금은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제는 '자연 휴식지'로 지정되어 생태 탐방로와 대형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해 생태 탐방 교육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란다.

섬 안으로 들어가 조금 걷다 다시 돌아서 지금 한창 주차장으로 조성 중인 곳에 섰다.

비내섬보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그곳에서는 섬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봄바람이 세차게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하였지만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의 부드러움에 마치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서 있는 듯했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에 서 있네. 물새가 바람 타고 노니는 비내 강가에/갈대와 은빛 물결은 언제나 스텐바이. 철새는 조연배우 그대와 나 주연배우./사랑이 영화처럼 돌아가는 그 섬에 억새 너머 불어오는 젖은 바람 하늬바람/고운 마음 말없이 그리움 담아오네-

마치 나의 시선을 드론에 달고 띄워놓은 듯 비내섬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비내길은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우리마을 녹색길 베스트 10'에 선정된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우리 지역의 비내섬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아끼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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