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책 제목이다. 정치철학자인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하버드대 온라인 강의, '정의(Justice)'의 내용을 정리하여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미국보다도 한국에서 훨씬 많이 판매되었다. 2010년 출판되어 1년 만에 밀리언셀러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한국은 한반도 대운하 대통령 공약이 국민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4대강 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2조원 투자를 힘으로 밀어붙였다. 대학 연구비조차 삭감하며 밀어붙인다고 교수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 책이 인기를 누린 이유가 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그리워했기에 그랬으리라. 사실 이 책은 정의를 정의하고 있지 않아서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역설적인 통계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수가 학생들과 토론하며 강의했던 내용을 모아 놓은 정치 철학서이기에 그렇게 재미를 느끼긴 쉽지 않았다. 다만 한국에서는 마케팅에서 성공했고, 당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경제 전문가인 듯한 대통령을 선출했는데 빈부 격차만 커지고 4대강에 막대한 재정을 고집스럽게 투입하고 있었으니 정의가 그리운 국민이 늘어난 것이리라.
'정의란 무엇인가'는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아직도 이 책은 한국에서 잘 팔리고 있다. 사전에서는 정의를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을 듣는다. 법은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툼이 있을 때 '법대로 합시다'라고 하는 것이리라.
요즘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의 지난 행보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일제의 강압에 의해 치욕적인 생활을 이어갈 당시 우리의 누이들이 전쟁의 참화 속에서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씻지 못할 만행을 당했다. 그들의 일부가 대한민국의 위상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그 죗값을 치르라'는 외침을 이어왔다. 그러면서 '한국정신대문제협의회(정대협)'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단체의 연합체 역할을 했고 '정의기억연대'와 통합하며 지금의 단체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라는 단어가 좋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정의라는 단체의 이름에 그 활동 또한 정의로웠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정의를 실현하려는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압수수색까지 하고 있느니 곧 그 내막이 드러나리라 보여진다. 정의를 말하고 정의로 치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정의를 실천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초심은 정의라고 하는 단어를 실천하고 싶었을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장기간 한 사람이 결정권자의 역할을 하다 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 몸에 배었을 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점점 도덕성을 상실해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지도 않았고, 단체의 설립목적 또한 대수롭지 않게 잊어버렸던 것은 아닌지.
그런데 뜻밖에도 한 할머니의 폭로로 정의롭지 못한 단체로, 또 파렴치한 대표로 세간의 비난을 면치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참으로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은 법을 잘 지키면 된다. 민주국가의 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법 또한 그렇지 않은가. '정의기억연대'가 법을 준수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의의 실천은 법 준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