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영한 부여·서천 주재 국장

지구 반대편 브라질은 한국과 시차가 12시간이다. 한국에서 일과를 마치고 귀가해 가족과 함께할 저녁 시간이면 브라질에서는 아침을 먹고 출근을 서두를 때인 것이다.

좁은 한국 내에서도 이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이른 아침 출근 때쯤이면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 사람이 있다. 밤새도록 아파트 초소를 지킨 경비원이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주차장 확인과 재활용·음식물 쓰레기 정리, 입주민 호출, 취객 안전귀가 등을 마친 뒤 쪽잠을 자고 먼동이 트면 다시 한번 일터를 돌아보고 나서 퇴근 준비를 한다.

근무중에 최저임금도 주어지지 않는 '휴게시간'이 있지만, 허울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경비원들은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맡겨진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일부 입주민들의 하대 의식이다. 무시하고, 경멸하며, 욕설과 폭행까지 급기야 그로 인해 자살에 이르는 불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입주민 폭행에 스스로 삶을 마감한 한 경비원은 "딸과 함께 먹고살아야 해서 그만둘 수 없다"라고 절규했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고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 뜻이다. 이게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경비원을 대하는 민낯이다.

윤영한 부여·서천 주재 국장

인간 만사 길흉화복(凶禍福)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한순간 갑질 입주민이 다른 아파트의 경비원 복장으로 근무할 수도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경비원을 포함해 공동주택 이웃을 내 가족 대하듯 해야한다.

아울러 감독관청과 경찰 등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현 법체계에서는 공동주택 관리 법률, 주택관리사법 등의 강력한 법·제도 정비를 통한 갑질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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