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에 전시공간 공유·꿈 응원

지가연씨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미국에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잠시 귀국한 20대 여성이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활동과 지역의 청년작가들을 위한 활동으로 바쁘게 뛰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시건대학을 조기 졸업한 지가연(24) 씨는 오는 9월 아이비리그 명문인 유팬(펜실베니아대) 대학원 교육과학기술과 입학을 앞두고 지난 2월 잠시 귀국했다.

그는 국내에 머무는 동안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영어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아버지(지성국·아이더충주점 대표)가 후원을 하고 있는 충주시여성중장기청소년쉼터를 찾았다가 어둡고 삭막한 그곳의 환경을 보고 먼저 벽화를 그려주기로 마음 먹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지씨는 봉사자, 직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면서 벽에 청소년들의 꿈과 이상을 상징하는 나비와 무지개 등을 그려 넣었다.

여기에 지씨의 뜻에 감동한 이영기 한솔조경 대표가 잔디를 제공하고 임종승 팍스물산 대표가 가구를 지원해 시설 전체가 산뜻하고 깨끗하게 바뀌었다.

미대를 졸업한 지씨는 9월 출국하기 전까지 보람있는 시간을 궁리하다가 지역의 청년작가들에게 작품 전시와 교류 기회를 제공해 주기로 했다.

미국 현대미술관에서 1년동안 인턴생활을 했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모가 소유하고 있는 '선인장'이라는 카페를 제공받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아트팝업스토어 & 카페'를 운영하기로 하고 직접 SNS를 통해 지역의 청년작가들을 대상으로 전시참여 공모를 했다.

이 공모는 호응이 높아 충북지역 청년작가 30, 40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취지에 공감하는 청년작가 11명과 손을 잡고 직접 큐레이팅해 3개월 프로젝트로 이 장소에서 작품 전시·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평소 음식에도 소질이 있는 지씨는 직접 브런치 등을 만들어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현길(왼쪽), 장서희(오른쪽) 작가와 전시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지가연씨(가운데)
김현길(왼쪽), 장서희(오른쪽) 작가와 전시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지가연씨(가운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작가들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싱글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김현길 작가의 경우, 한국교통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공학도로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

건국대 실내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장서희 작가의 경우, 시간 날 때 직접 서빙을 하면서 자신의 작품소개도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시장에서 작품을 판매할 경우, 작가와 미술관이 5대 5로 판매대금을 배분하지만 지씨는 청년작가들을 어려움을 헤아려 작가에게 판매대금의 70%를 제공하고 전시장에서는 30%만 받고 있다.

특히 판매대금의 10%는 충주시여성중장기청소년쉼터에 후원하기로 한데다 세금과 카드수수로까지 제외하면 실제로 그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거의 없다.

그는 귀국 후 대학원을 졸업하고 MBA(경영전문대학원)를 준비한 뒤 미술관련 비영리단체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그에게는 또 하나의 값진 경험인 셈이다.

지씨는 "청년작가들을 지원한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수익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며 "나와 같은 또래의 청년작가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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