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회 현충일을 맞으며'
'제 65회 현충일을 맞으며'
  • 중부매일
  • 승인 2020.06.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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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초연히 쓸고 간 깊은 계곡/깊은 계곡 양지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이름 모를 비목이여/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달빛타고 흐르는 밤/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울어 지친 비목이여/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비목(碑木) - 한명희詩, 장일남曲)

1970년대 유행하였고 중, 고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린 국민 가곡 '비목'의 가사이다. 이 가사는 전문 시인이 아닌 전방에 배속된 한 초급장교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 가사이다.

1960년대 초반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비무장지대에서 관할 지역을 순찰 중이던 어는 소대장이 양지바른 산모퉁이에서 이끼 낀 돌무덤과 그 돌무더기에 박혀있는 썩은 나무 등걸, 이름도 새겨지지 않은 나무 비석을 발견하게 된다. 이 군인이 한명희씨 라는 분이다.

그는 이 썩은 나무 등걸을 바라보며 이 나무 등걸과 돌무더기가 과거 6.25 전쟁에 참여한 한 병사가 먼저 숨진 한 무명용사를 위해 만든 돌무덤이라는 것을 알았다.

녹슨 철모와 이끼에 뒤덮인 돌무덤의 주인도 자신과 같은 또래의 젊은 무명용사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이 군인은 화약 냄새가 가시지 않은 그 계곡을 한동안 떠날 수 없었고 나라를 위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젊은 무명용사를 위해 당시의 자기 심경을 비장한 마음으로 노래하였는데 그 시가 바로 '비목'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리고 6월 6일은 제 65회 현충일(顯忠日)이다. 현충(顯忠)에서 현(顯)이란 나타내다, 드러나게 하다, 보이다 등의 의미를 지닌 글자이다.

즉 '국난의 시대에 충성스런 마음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훌륭한 선조들을 나타나게 하고 드러나게 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날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조기(弔旗)를 내걸고, 10시 싸이렌이 울리면 그 분들을 위해 묵념을 올려 국가에 대한 충성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약 7년 전 5월에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한 적이 있다. 텍사스 주를 통과하던 어느 날, 도시를 보니 건물과 가옥이 온통 성조기의 물결이다. 자세히 보니 미국 국기가 조금씩 내려져 걸려있는데 조기인 것이다.

처음에 잘 몰라 미국인 가이드에게 물으니 오늘이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라는 것이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 '메모리얼 데이'로 처음에는 남북전쟁에 희생된 군인들의 명복을 비는 날로 시작해서 1, 2차 대전의 희생자,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모든 사람들을 기억(memory)하고 추모하는 날로 지정되었다.

이 국가 기념일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다음으로 중요한 날이며 이러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미국의 정신이 지금의 세계 최강국 미국을 만든 것이다.

또 5년 전에는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여행을 하며 러시아 곳곳을 돌아본 경험이 있다. 그 때 내 뇌리에 지금까지 박혀있는 것은 러시아의 어느 도시 건, 즉 작거나 크거나에 관계없이 모든 곳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 켜져 있고 추모공원이 있었던 것이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이후 1, 2차 대전까지 러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군인들이 전사한 나라이다.

예를 들면 2차 대전에 전사한 연합군 군인의 수가 약 1천600만 명인데 그 중 러시아 병사가 1천만 명이 넘는다. 그러한 군인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러시아가 있기에 러시아 전역에는 그들을 추모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전 국토에 산재하는 것이다.

아마도 러시아의 젊은이들도 그 불꽃을 바라보며 국가의 위기에 기꺼이 목숨을 바칠 각오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며 그러한 애국심이 세계 군사대국이 되었고, 세계에서 제일 넓은 영토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수시로 있었던 대륙 세력의 침략과 표독스런 섬나라 세력의 끊임없는 공격 속에서도 반 만년동안 멸망하지 않고 국가를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선조들의 수없이 많은 희생의 대가가 분명하다. 가까이 6·25 전쟁만 보더라도 3년간의 처절한 싸움으로 우리 군인 62만 명의 피해가 발생하였고,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 덕에 자유 대한민국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지금의 번영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올해 비록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그래서 모든 행사가 축소되고 생략된다고 하지만 현충일의 행사와 나라사랑의 보훈 행사는 결코 축소,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행사 참석 인원이나 규모는 축소될지 몰라도 선조들의 호국에 보은하는 마음은 결코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세계 속에 인정받는 대한민국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국이 하지 못한 엄청난 코로나19 방역 활동으로 'K-방역'이란 신조어를 만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나라이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은 현재 우리의 노력도 있지만 지금까지 한반도를 꿋꿋이 지켜내고 발전의 밑바탕을 준비한 우리 조상들의 은덕이다. 'Rome was not built in a day'란 말이 있다. 대한민국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이를 알고 가까이는 부모님과 조부모님, 멀리는 선조와 호국 영령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아야 한다.

아무리 코로나로 현실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2020년 현충일과 호국보훈의 달 6월에는 국가를 위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영령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 달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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