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미니멀리즘은 근래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멀리즘하면 가깝게는 단순하게 꾸민 집 인테리어가 떠오른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특징은 공간을 비워두고 여백의 미학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간결하고 소박하면서 깔끔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미니멀리즘이 관통하는 분야는 디자인, 건축, 미술, 음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1960년대부터 사용된 이 용어는 이제는 우리 삶의 방향, 추구하는 가치,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이 용어와는 사뭇 반대되는 개념의 저장강박증도 있다. 일명 버리지 못하는 병으로 불리는데, TV를 통해 종종 온 집안을 쓰레기로 가득 채운 채 살아가는 분들을 볼 때가 있다. 저장강박증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도 말리지 못할 정도의 산더미 같은 물건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성향이 있다. 불안감에 모아두는 물건들은 소유물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기보다는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로 물건을 여겨 가치판단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저장강박증은 전 세계 인구의 5%가 앓고 있는 질환으로 쓰레기의 냄새로 인해 악취, 건강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저장강박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경계가 모호하여 물건에 집착하는 이 병이 현대인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성향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래에 각광받고 있는 정리 컨설턴트란 직업 역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정리 컨설턴트는 정리 노하우를 의뢰인에게 알려주고 옷방, 주방 등 집안 곳곳을 체계적으로 비우고, 정리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 그들은 불필요한 건 과감히 빼고 공간에 질서를 줘서 수납하고 정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근래 들어 집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제는 정말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집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주말에 신발장 정리부터 나섰다. 신지 않는 신발은 과감히 버렸다. 말끔히 세탁해 사용 가능한 아이들 신발이 쇼핑백 2개 정도 분량으로 나왔다. 그리고 신발장을 정리하니 보기도 좋고 찾기도 너무나 쉬워서 외출할 때 신발장을 여는 일이 즐겁게 느껴졌다. 최소한의 것만 남겨두는 미니멀 라이프의 행복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정리 후 재활용 가능한 신발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어디로 재활용을 보내면 좋을까 고민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재활용과 관련된 인프라와 체계적인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우선은 생활 속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생활습관 정착이 기초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마음이 있어도 어디에서 어떻게 재활용을 실천해야 되는지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내가 의류함에 넣은 옷들이 어떠한 처리과정을 거쳐서 재활용 되는지 궁금한 면도 있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아파트관리소와 연계한 재활용 활성화, 재활용품 거점 배출시설 확대, 공공관리 체계 강화가 이뤄져서 많은 물건들이 적재적소에서 다시 새주인을 만나고 재활용되었으면 한다.

쌓인 것을 정리하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생각하니 마음도 정돈되는 기분이다.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고 했다. 밖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요즘, 최소한의 것만 남겨두고 집안 곳곳을 정리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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