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영의 디지털 컨버전스(14)

길을 가던 여우는 포도 넝쿨을 발견한다. 머리 위를 쳐다보니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손을 들고 뛰어 봐도 포도를 딸 수 없게 된 여우는 아마도 저 포는 신포도 일 것이라고 이야기 하게 된다. 이솝의 대표적 우화인 ‘신포도와 여우’의 줄거리이다. 짧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을 하게 한 우화이다. 자기 것이 되지 못한 대상에 대한 폄하 심리를 그려낸 이야기이다. 사촌이 땅을 샀을 때 배가 아파 나오는 소리와 비슷한 이야기이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그저 생각 없이 내 뱉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보는 것이 맞는 시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가 보편화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거나 아니면 말고식의 심리는 사회를 혼란시키고 진실을 와전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각박해지고 있다. 누구의 책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심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어 성공한 경제인도, 정치인도 합당한 인정을 받지는 못한다. 예컨대 노사문제만 봐도 그렇다. 대체적으로 노사문제는 상생의 문제와 결부되므로 타협이 되어야 더 많이 잃지 않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함께 자폭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상호 발전에 도움이 되질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주의 꽃이라는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 것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건을 보면 대통령 탄핵,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이전 등의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이후 지금은 도청 사건, 강남의 부동산 잡기, 대기업의 노사문제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국민의 일상과 직접 관계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진정 첨예하게 대립되어야 하는 분야는 노인문제, 실업문제, 청소년 일탈, 교육문제 분야이다. 이러한 이슈가 비중 있게 다뤄지게 되는 날 우리사회가 진정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다.

항상 우리 사회는 시비(是非)를 논하여 왔다. 그리고 지금도 사회 구석구석에서 시비가 진행 중이며 사회 통합의 길은 멀기만 하다. 지난 18일 LG경제연구원은 '미래 수요 트렌드와 유망 사업 기회'의 보고서를 통해 미래의 유망 사업을 제시 하였다. 주요 이슈로 작용된 요인은 인구구조, 사회가치,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환경 등으로 피터 드러커가 주장한 인구분포를 겨냥한 신산업 출현을 예견한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래 산업은 인적구조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사회 통합이 실현되지 않으면 미래 산업에 진입할 수 없을 것이다.

논객 허후의 시비음(是非吟)에 나오는 시비진시시환비(是非眞是是還非)라는 구절이 있다. 진실로 옳은 일도 시비하면 그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시비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으므로 시비보다는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상생의 길이라 확신한다. /충북SW협회장(청주대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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