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도로는 우리 탓
누더기 도로는 우리 탓
  • 박성진 기자
  • 승인 2020.06.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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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회색 바탕에 적색, 흰색, 노란색, 분홍색이 혼재돼 있다. 배열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규칙을 엿볼 수 있다. 면을 채운 색과 선을 그은 색이 넓게 또는 길게 그려져 있다. 직선과 곡선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림이 아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를 묘사한 것이다. 안전한 이동권을 보장한 인도에도 마찬가지다. 일부 인도 구간에는 자전거전용도로까지 나눠져 있는 탓에 더 지저분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도로(道路)는 누더기다. 도로가 이 지경까지 어지럽게 된 데는 시민의식 결여가 크다. 다소 이상적일 수 있지만 시민들이 준법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다면 도로는 간단한 표식으로도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운전자와 보행자가 도로교통법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많은 규제가 덧칠된 것이다. 친절한 안내로 포장됐지만 도로 위에 색칠된 규제를 위반하면 여지없이 범칙금이 부과된다. 정지선, 주행유도선, 주정차 금지, 중앙선, 과속 단속 등 교통 관련 규제 대부분이 도로에 표시돼 있다. 도로교통법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각종 구역도 설정돼 있다. 일정 구간을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장애인, 노인을 교통사고로부터 지키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이뤄진 차도 위 규제와 교통약자보호구역으로 운전자들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간단하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적색 블록에 진입하면 습관적으로 서행하면 된다. 그곳에서는 주·정차도 하면 안 된다. 정지선 앞에서는 무조건 서면 된다. 주행유도선을 따라 핸들을 움직이면 그만이다. 문제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여전하다. 과속단속카메라가 눈에 들어오면 브레이크에 슬쩍 발을 얹었다가 이내 지나치면 다시 엑설레이터를 꾹 누른다. 정지선은 아예 무시한 채 신호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서서히 진행하다가 초록불이 켜지면 쏜살같이 내달린다. 최근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으로 시끄럽다.

'민식이법'을 비판하는 측은 형량이 과도해 법적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을 준수하면 될 일이라고 그만이라고 치부하는 쪽도 있다. 양 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여튼 법은 제정됐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과도하게 유난을 떨 필요는 없다. 먼저 법을 지켜려는 건강한 시민의식이 절실할 뿐이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아직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과속과 불법 주·정차가 만연하다. 다음 세대를 이어갈 미래들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고 여기면 간단한 얘기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시각적인 규제가 넘친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니 '금지' 안내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강에는 '수영 금지', 저수지에는 '낚시 금지', 산에는 '취사 금지', 공원에는 '음주 금지' 등이 쉽지 않게 눈에 띈다. 아무튼 도로를 다니다보면 지저분한 각종 규제로 씁쓸하다. 누더기 도로는 우리들이 만든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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