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지구는 '코로나 19'를 중심으로 돈다?

먼 훗날 경제학자들은 '코로나 19'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할 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는 기원전을 BC(영어, Before christ)로 기원후는 AD(라틴어, Anno domini)로 표기했다. 이는'예수 탄생', '주님의 해'란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을 통해 세상은 'BC, Before 코로나19'와 'AC, After 코로나19' 로 나뉠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예상되지만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다. 이미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삶의 일부가 됐다. '비대면소비', '재난기본소득', '재택근무', '온라인수업'등 낯선 체험은 일상이 됐다. 백신 개발되더라도 우리가 돌아갈 세상은 이미 다른 세상일 것이다.'

세계화, 일단 멈춰!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세계화(Globalization)는 고속질주 해왔다. 재화와 서비스는 물론 국가 간의 장벽을 넘는데도 거침없었다.

보다 낮은 인건비를 쫓아, 그리고 보다 큰 시장을 찾아 기업은 대륙과 국가를 옮겨 다녔다. 세계 약 5만여 개 이상의 기업이 '코로나 19' 최초 발병 지역에 1차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1천대 기업 중 938개 기업 또한 이곳에 2차 협력업체가 있다. 그러던 중 우리는 코로나를 맞이했다.

장기적으로 세계화 추세가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사람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계화의 신호등'에는 '일시 정지'알림이 켜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영국의 '브렉시트', 중국의 '일대일로'등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는 기폭제가 됐다.

각자도생으로 시대,'리쇼어링(Reshoring)'을 주목한다.

리쇼어링은 인건비를 비롯해 다양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3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제조는 서비스업에 비해 안정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품 교역이 일시적으로 급락했지만 변화의 시점을 두고 '바로 지금!'이라고 선언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2011년에서야 일본 지진을 계기로 다국적 기업들은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해 공급 사슬의 다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충격은 '바로 지금!'이라고 외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폐쇄되고, 여러 나라가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글로벌 부품 및 제품 공급망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 중 본국 회귀를 검토한 곳이 80%에 이른다는 보고서의 내용이 뒷받침 해준다.

5G 시대, 스마트 팩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리쇼어링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국내로 복귀하면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결국 관건일 것이다. 내수시장이 작고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낮은 우리나라 특성상 기업들은 마지막까지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코리아'는 이점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IT강국 대한민국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가 펼쳐진데 이어, 그해 12월 세계 최초로 5G 전파가 발사됐다. 마침내 지난해 4월에는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가 상용화돼 스마트 제조의 준비를 완료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한 생산 자동화는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조 자동화 설비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용 로봇의 비중이 컸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에도 작은 규모의 스마트 공장이 적용, 다양한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데이터는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기업 간의 협동이 가능해져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재발견이 나라와 도시의 경쟁력!

최근 정부는 해외에서 2년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던 기업 중 국내에는 없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에 대해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해외 사업장을 청산, 양도, 축소하는 대신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는 기업에게도 혜택 방안을 세웠다.

정부의 강력한 리쇼어링 추진 배경에는 '위기에 더욱 빛나는 제조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확산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서비스업 중심의 선진국들은 직격탄을 받았다.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의 특성상 이들 다수가 국가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 많은 국가들이 어려움이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반면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이 취약한 국가들은 같은 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었다. 국내 지역 경제 또한 제주, 전주를 중심으로 한 관광도시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청주, 성남 등 기업도시 스타트업 도시들은 피해가 덜했다.

스마트 팩토리는 '코로나 19'시대 대한민국 판 '스마트 뉴딜'의 첫 번째 주자다. '산업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일지도 모른다. 'IT 강국'을 넘어 '스마트 제조 강국' 코리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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