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정의의 문제는 정치나 경제와 같은 거창한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에도 정의의 문제가 숨어있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정의의 문제다. 경제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국가적 돌봄을 받는 것도 정의의 문제다. 기회의 공평이냐, 결과의 공평이냐의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정의는 한 마디로 공정의 문제로 치환할 수 있다. 예컨대 입시에서 공정성을 강조하는 것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올해 2021년 입시는 코로나 문제로 모든 학교의 학사일정과 평가에 차질이 생겼다. 등교가 미루어지고 정상적인 수업도 불가능하다. 특히 고3의 경우 수업과 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시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생부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과거 학생부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학생부 평가 내용은 어떤 학교냐에 따라, 교사의 성향에 따라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요구에 의해 학생부가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비교과 영역은 교사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여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학생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일컬어 '학교생활소설부'로 또 수시입시를 '주관의 예술'로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와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올해 입시는 입시정의와는 거리가 더 멀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것.

이뿐만 아니다, 올해부터는 모든 고교 프로파일을 폐지하여 학교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하기로 했다. 고교 파일은 대학이 학사일정이나 교육과정 운영과 같은 학교별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이런 자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학생들을 얼마나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부에서는 올해 고3학생들이 입시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대학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학생선발권은 대학에 있다고 한 발 물러서 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고 교육부는 대학에 미루는 모습으로 비친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수시족'과 '정시족'으로 나눈다. 이는 단순히 수시를 통해, 혹은 정시를 통해 입학했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기저에는 공정성이 결여되어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시에서 속출하는 이변성을 놓고 절망하기도 한다. 같이 공부한 친구가 자신과 견주어 상대적인 수준을 잘 알고 있는데도 그 결과가 딴 판인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교육부는 특단의 대책으로 올해 코로나 입시는 수능중심의 정시로 방향을 틀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이 방법이 올해와 같은 예상치 못한 특별한 상황에서 가장 공정한 입시를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더구나 향후 2~3년 내에 정시비중을 50%까지 늘리기로 한 상황에도 부합한다. 수시를 준비해왔던 학생들에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능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느냐의 능력여부를 가리는 시험인 만큼 수시 정시를 가릴 필요가 없다.

입시정의에서 객관성 확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입시정의의 성패가 갈리는 핵심적 요소로 기능한다. 수능을 국가적 행사처럼 치르는 것, 수능의 관리감독을 한 치의 오차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모두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다.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지역 차, 학교 차이에 상관없이 자기 실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교육정의의 회복이다. 지금까지 보아 왔듯이 수시입시는 매년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수시의 원조국가인 미국도 입시 불공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정도다. 코로나 상황으로 교육과 평가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2021년 수시입시는 더 큰 문제다. 수능기반의 대폭적인 정시확대가 그나마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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