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농번기를 맞아 부족한 일손을 보태려는 공직사회의 대민봉사 진정성을 생각해 본다.

받들고 섬긴다는 '봉사(奉仕)'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남을 위해 힘쓴다는 뜻이다. 같은 처지에 있어도 당신에게 무엇이든 먼저 제공해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행동으로 해석해도 된다.

손익 측면에선 이익이나 영달을 바라지 않고 사실상 내가 손해를 보는 행동, 희생이 뒤따르는 행위가 봉사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가라고는 오롯이 자기 만족감 그 하나다.

그런데 공직사회에 불고 있는 봉사 바람이 업무연장인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인지 헷갈릴 정도다. 대표적으로 청주시청 한 부서의 농촌봉사활동 사례를 들어본다.

이 부서는 최근 사과농장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핵심 인력은 사무실에 남겨두고 과장을 비롯해 10명 가량 참여했다. 날짜는 목요일 평일에 잡았다. 본연의 업무 대신 봉사활동을 택한 이들 모두 출장신청서를 내고 사과농장을 찾았다.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출장을 달았으니 당연히 개인당 출장비 2만원씩도 배정됐다. 시청뿐만 아니라 대다수 관청의 봉사활동은 평일 출장 형식으로 진행된다. 안 하나는 것보다 낫겠으나 이를 진정한 봉사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뉠 수 있다.

이 또한 엄연한 봉사라고 주장한다면 과연 이들이 손해 본 것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공무원은 평일 근무시간에 일해야 한다. 어차피 일할 시간을 봉사활동으로 유용한 것이다. 그것도 출장을 달고, 출장비도 챙기면서.

자신의 금쪽같은 주말 시간은 봉사활동에 할애할 수 없고, 연차보상비 또한 받아야 하니 봉사를 위해 휴가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손해다. 결국 일할 시간에 봉사한 이들은 잃은 게 없다고 볼 수 있다.

평일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부서장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대다수 비슷한 답을 한다. 바로 "휴일에 봉사활동을 하자고 하면 직원들이 싫어하고, 참여인원이 거의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평일 근무시간에 한다"이다.

이 말로 미뤄 공무원들이 왜 평일 출장을 달고 봉사활동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우선이면 진정한 봉사라고 보기 어렵다. 내 것은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남들이 봤을 땐 애쓰는 것처럼 보이려는 행동은 봉사가 아닌 업무의 연장에 더 가깝다.

반면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충북도립대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다. 이들은 토요일 도내 한 포도농장에서 일손 돕기 봉사활동을 했다. 자신의 사적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박재원 경제부장

헌법에는 명시된 공무원은 국민을 책임지는 봉사자인데 공무원 신분도 아닌 대학생이 더 공무원다워 보인다. 평일 출장 형식의 봉사활동을 하지 말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나마 이렇게 해서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면 이는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가야 한다.

다만 봉사란 의미 부여를 자제했으면 한다. 봉사보단 '출장 대민업무'가 더 어울릴 듯싶다. 음지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많은 것을 내어주는 그분들과 같은 봉사를 했다고 동일시되서는 아니 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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