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들 "초·중등 교육현장 차이 고려 안한 탁상행정"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전교조 대전지부는 9일 대전시교육청의 온라인 스튜디오 구축 계획을 성과주의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지적의 핵심은 절차와 실효성이다.

대전시의회 추경 예산안 심사도 이뤄지기 전인 4월에 온라인 스튜디오 구축 보도자료를 배포한 점, 현장 의견수렴과 시범운영 없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꼬집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집행기관인 대전시교육청이 입법기관인 대전시의회를 사실상 '거수기'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4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전 시내 모든 학교에 원격수업과 학교 교육활동 방송 등을 위한 '온라인 스튜디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치원을 제외한 293개교에 각각 1천500만원씩 총 43억9천500만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대전시의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개시되기 40여 일 전에 발표되면서 빈축을 샀다.

대전시의회가 오는 19일까지 정례회를 열고, 10일 교육비특별회계 추경 예산안 계수조정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섣불렀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추경 예산안 심사가 어떻게 결론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전시교육청은 예산안 심사 40여 일 전에 '원안 통과'를 자신하며 사업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자료를 냈다"면서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현장의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도 '결격 사유'로 꼽았다. 다수의 학교현장 교사들은 온라인 스튜디오 설치보다 원격학습 기자재를 충분히 지원하는 조치가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기 때문이다.

실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중등교사들과 달리 초등교사들은 각자의 교실에서 근무하며 수업준비를 한다"며 "대전시교육청이 초·중등 교육현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얼마 전에도 학교마다 600만원을 지급한 적이 있어 당장 필요한 것들을 구입했지만 여전히 실시간 쌍방향 원격학습 기자재도 충분치 않다"며 많은 예산을 쏟아 붓는 온라인 스튜디오 구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학생 건강 자가진단 점검, 원격수업 및 출석 수업 준비, 기초학력 진단활동, 평가문항 출제, 각종 행정업무 등에 지쳐가는 교사들은 번호표를 받고 온라인 스튜디오 앞에서 줄을 설 여유조차 없다"며 교사들의 업무 과중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긍정적 취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부정적 시각과 우려가 많이 존재하는 만큼 초·중·고·특수·각종 학교 등 293개 모든 학교에 동시다발로 설치하지 말고 고교학점제 공동교육과정 운영학교, 원격학습 시범학교 등을 통해 충분히 운영 성과를 살펴본 후에 일반화를 시도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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