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면 주민들 부대 이전 등 공론화 움직임
소음·추락사고 대책요구에도 '모르쇠' 분통

8일 오전 9시 26분께 공군사관학교 소속 KT-100 훈련기가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의 한 논에 불시착한 가운데 공군 관계자들이 파손된 비행기를 들어 올린 후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신동빈
지난 8일 오전 9시 26분께 공군사관학교 소속 KT-100 훈련기가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의 한 논에 불시착한 가운데 공군 관계자들이 파손된 비행기를 들어 올린 후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속보=35년 간 공군사관학교(이하 공사) 비행기 추락 위험과 소음 등으로 고통받아온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일대 주민들이 '훈련기 불시착 사고'를 계기로 부대 이전 등을 공론화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월 9일자 1면 보도>

9일 남일면 주민자치위원회·이장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권경애 남일면장과 박일순 주민자치위원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훈련기 불시착 사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비행기 추락사고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이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청주시 남일면 및 주민자치위는 남일면 34개 이장단과의 전체회의 일자를 조율 중이다. 

이처럼 주민들이 공사 비행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선회한 데는 수십년 동안 이어진 공사의 '불통'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사는 훈련기 불시착 다음 날에도 비행훈련을 강행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AN-2 모델로 알려진 이 비행기는 오전 내내 굉음을 내며 남일면 일대를 맴돌았다. 공군에서는 이 비행기를 연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AN-2는 50년 넘게 생산이 이뤄지며 가장 오랜 기간 활용된 비행기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복엽기(2개의 날개가 겹쳐진 형태)다.

공사의 일방적인 행정은 이뿐 만이 아니다. 공사는 주민들의 비행기 소음피해 문제 등에 대해 '법적 기준치에 미달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주민들은 "비행기가 이륙하며 내는 굉음으로 TV 시청도 못할 정도"라고 호소하지만 공사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례로 2011년 2명의 인명피해를 낸 훈련기 추락사고 당시에도 남일면 이장단협의회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그로부터 9년 후 판박이처럼 유사한 비행기 사고가 재차 발생했다.

A이장은 "상생 없는 공사의 수십년 횡포에 지쳤다"며 "남일면 비행장 의무사용기한이 20년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 35년이 지난 만큼 부대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B이장도 "민가로 비행기가 떨어져야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냐"며 안일한 공사의 대응을 꼬집었다. 

공사는 "오늘(9일) 이륙한 훈련기는 우리 소속 비행기가 아니고, 보안사항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일면 주민들과 대화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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