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영양] 조현아 진천 문상초 교사

상쾌한 아침 출근길 가로수의 뽀얗고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 꽃이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꽃 모양이 사발에 흰 쌀밥을 소복이 담은 것처럼 보여 이밥나무라고 불리다가 이팝나무가 됐다고 하는 나무. 문득 지인의 책자 글머리에 있던 '한 그릇의 밥에는 역사와 문화, 그민고 사람이 담겨 있다'라는 글귀가 머릿 속에 스친다. 영양교사란 직업을 가진 나는 늘 고민하는 내용 중 하나가 '우리 아이들의 밥에는 무엇을 담아왔고 또 앞으로 무엇을 담아야 할 것인가'이다. 아이들의 식단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첫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균형 있게 공급할 수 있는 식단 개발이다. 외식문화와 인스턴트 음식의 발달, 국적이 불분명한 음식들이 난무한 시대에 아이들의 건강한 입맛을 찾아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장 기준에 맞는 한 끼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식단을 구성했다 하여도 식판에 담겨진 음식들을 다 먹었을 때 식단 구성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영양교육의 효과를 얻어 보려 노력하지만 한 가정 한 자녀 시대의 까다로운 우리 아이들에게 그날의 식판에 담긴 음식을 다 먹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달고 짠 음식과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하루 한 끼의 학교급식이 식생활 개선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둘째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의 식재료를 사용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계절 계절마다 그 계절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식재료들이 정말 많다. 특히 제철에 나는 재료들은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이 좋아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원재료가 가진 특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조리법을 이용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을 제공하는 일도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이 고민은 조리과학 문헌과 요즘 한참 인기 있는 쉐프들의 레시피와 조리법을 검색하고 연구하며, 직접 조리하는 조리사와의 대화로 아이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은 조리법을 찾아 식판에 담아내고 있다. 평소 가정에서 맛보지 못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셋째는 각각의 음식들을 최상의 조화를 이뤄 한 끼 식사로 식판에 담아내는 일이다. 영양소는 물론 색의 조화와 식감을 고려한 완성된 작품을 식판에 담아 낼 때는 어떤 반응이 올지 걱정과 설렘을 안고 아이들에게 선을 보인다. 평가를 받는 순간 아이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엄치척'을 하거나 '환상의 맛'이라는 표현을 들을 땐 세상을 다 얻은 듯 뭉클하기도 하고 가슴 벅찬 순간을 경험한다.

넷째는 식판에 담긴 음식과 재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이다. 음식과 재료들의 원산지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게 된 유래,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등을 문헌과 여러 가지 자료들을 찾아 교육자료를 만들거나 게시물을 제작해 교육을 한다. 다음 급식에 교육했던 음식이 나왔을 때 한 아이라고 기억을 해 주고 이야기를 할 때는 시간과 정성을 들인 보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일이다.

조현아 진천 문상초 교사
조현아 진천 문상초 교사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절기 음식과 접목을 시키기도 하고 '전통음식 체험의 날', '향토음식 체험의 날'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 전통 식문화에 대한 지식과 우수성을 조리체험 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인식시키고자 노력한다. 오늘도 이런 벅찬 순간을 위해 밝고 행복한 미소를 가진 아이들을 기다리며 식판 위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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