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내 일기장과 사진 다 날아가버렸네!"

지난 주 '싸이월드'에 일기와 사진을 기록하던 친구가 던진 한 마디다.

그 친구는 2016년까지는 싸이월드에 일기를 썼었는데 그동안의 기록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 대화의 포인트였다.

1999년 처음 등장해 '미니홈피'로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가 지난달 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싸이월드는 폐업 관련 사전 공지도 없어 이용자들은 속수무책으로 그동안의 기록과 추억을 '강제 정리'해야했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 백업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지만 1천여명의 동의로 마감되고 말았다.

친구는 별 내용은 없지만 소소한 과거가 다 날아가버렸다며 역시 아날로그가 최고라는 말과 함께 '종이 일기장 쓴 사람이 승자'라는 언급을 했다.

기록이라는 것이 그렇다. 당시에 있었던 일을 나의 관점에서 끄적였던 일상들이 나중에는 나의 역사가 되고 또 주변인들과의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취재를 할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수첩에 메모를 해 놓으면 시간이 지나도 그 기록만 보면 그때의 상황과 대화가 생각이 난다. '적자생존'의 사전적 의미는 환경에 맞는 것만이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차차 쇠퇴, 멸망해 가는 자연 도태의 현상을 일컫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적는 자가 살아난다'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만큼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충북 청주시도 지난해 말 '기록문화 창의도시'를 비전으로 나라에서 정한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일에는 바로 청주에서 대한민국 법정 기념일 지정 '기록의 날' 기념 행사를 개최해 또 하나의 기록이 남게 됐다. 이 또한 역사가 되고 훗날 지금을 기억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이날 한범덕 청주시장은 "청주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인 세계기록유산 직지가 탄생한 곳이며 기록문화를 바탕으로 첫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명실상부한 기록의 도시"라며 "기록은 과거에 한정된 유산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어떻게 재창조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시장은 또 "기록이 모여 정보가 되고 정보가 융합돼 지식이 되며, 지식이 생명력을 가지면 지혜가 된다"며 "4차 산업혁명이 진화할수록 기록이 경쟁력이 될 것이며, 기록이 지닌 다양한 가치를 시민들의 일상과 접목하고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해 세계적인 기록문화도시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재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국제기록유산센터까지 완성된다면 청주는 '기록'으로 더욱 의미있는 도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지효 기자
이지효 문화부장

기록은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고 과거의 공과를 성찰해 미래를 설계하는 길잡이라고 한다. 현재의 문제를 옛 역사의 기록에서 답을 찾듯이 말이다. 나 또한 내가 살고 있는 현 시대의 역사를 기록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자긍심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됐다.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난 후에 지금의 기록이 후손들이 찾고자 하는 '좋은 예'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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