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통번역사의 결합… 언어, 한계를 넘어서다

한밭대 이현빈 교수(왼쪽)와 ㈜에어사운드 백민호 대표가 3년 전 개발한 음성 송수신 디바이스를 들고 진일보한 티키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김정미
한밭대 이현빈 교수(왼쪽)와 ㈜에어사운드 백민호 대표가 3년 전 개발한 음성 송수신 디바이스를 들고 진일보한 티키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Are you listening?" "듣고 있다. 영광, 영광으로 알고 피워라. 인류 마지막 담배다." 2013년 발표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꼬리칸 사람들이 자동동시통역기로 대화하는 이 장면은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일로 여겨졌다. 그런데 영화 개봉 4년만에 미래의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 있다. 언어장벽을 뛰어넘는 송수신 디바이스를 선보인 ㈜에어사운드 백민호 대표다. AI(인공지능)가 통번역가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최근엔 하이브리드형 온라인 통번역 서비스 플랫폼까지 선보여 놀라움을 안겼다.
 
#언어장벽에 도전하다

"A piece of cake"를 어떻게 통역해야 할까. AI 기술을 활용한다면 '케이크 한 조각'이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통역사는 "아주 쉬운 일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메가트렌드 중심에 있는 기술이 AI다. 스스로 학습하고 의사 결정도 하는 AI는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인간 삶의 질 향상을 기대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번역과 자율주행, 홈케어 영역에서 AI 기술이 대중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AI로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에어사운드 백민호 대표다. 3년 전 송수신 디바이스를 개발하는데 멈추지 않고 '티키타(Tkita)'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음성 송수신 디바이스.

㈜에어사운드는 최근 하이브리드형 온라인 통번역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달 중순 선보이는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AI) 번역 엔진에 실제 전문 통역사가 온라인으로 매칭되어 실시간으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유명사와 감정 전달 용어 등 인공지능으로는 인식하기 어려운 문제를 하이브리드형으로 보완한 플랫폼이다. 백민호 대표는 "사람과 언어를 이어주는 통역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티키타(Tkita)'는 번역(Translation)과 티키타카(tiki-taka)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에어사운드의 음성데이터 처리기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딥러닝 음성인식 엔진을 바탕으로 한밭대 컴퓨터공학과 이현빈 교수팀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백민호 대표는 "언제 어디서나 QR코드를 통해 실시간 통번역을 할 수 있고, 예약을 통해서도 전문 통역사와 매칭이 가능하다"며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통번역 서비스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유일의 한국통번역사협회가 ㈜에어사운드와 손을 잡았다. '티키타(Tkita)'는 KOTRA, 대전경제통상진흥원, 국립한밭대학교, 천주교대전교구와 연계해 서비스를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대화 화면 사례.

#일자리 창출 플랫폼

'티키타(Tkita)'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의 진보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전복시키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며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세상을 지향한다"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소통을 위해 전문 통번역사들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티키타(Tkita)'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면 통번역사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전세계 사람과 만나게 된다.

연구개발을 총괄했던 한밭대 컴퓨터공학과 이현빈 교수는 전문성을 확보한 통번역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전문용어가 많은 국제학술세미나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티키타 앱 메인 화면.

화상통화는 물론이고 음성인식도 가능하고 문자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기술은 대중화되고 통번역의 질은 높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내놓았다.

이현빈 교수는 "사용자가 AI 이외에 전문 통번역사를 스스로 선택하고 통역 전문분야도 미리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실시간 활용은 물론, 예약도 가능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백민호 대표는 말풍선에 두개의 점이 찍힌 '티키타(Tkita)' 아이콘이 통번역 가능 공간 및 구역임을 알리는 전세계 범용 아이콘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현빈 교수는 '티키타(Tkita)'가 유튜브시대에 최적화된 서비스라는 점도 강조했다. 티키타를 연결하면 언어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머들이 티키타 시스템을 연결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경우 자막은 물론이고 오디오 통역을 통해 팬덤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 따로 언어 선택을 할 필요도 없다.

집음기.

 
#인공지능 기술의 민낯

㈜에어사운드가 출시한 '티키타(Tkita)'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2019년 기술이전사업화사업과 대학기술지주 기술혁신기업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됐다.

AI 번역과 통역사 매칭 서비스가 결합된 실시간 통번역 플랫폼은 인공지능의 민낯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AI가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통역사가 필요없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사소한 부분에서 오류를 범한다.

이현빈 교수는 음성이 문자로 변환될 때 구두점이 찍히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사람이 말한 음성이 STT(Speech-to-Text) 기술을 통해 텍스트로 변환되는데 구두점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단어나 단문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긴 문장의 정확한 번역을 위해서는 구두점 삽입 자동화가 꼭 필요합니다."

최근 이 교수팀은 자동 구두점 삽입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외국인 대학생들의 한국어 강의 수강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교과목별 전문용어와 표현의 번역 정확도를 높인 한국어 강의 번역 서비스 시스템 구축도 진행중이다.

집음기 개념 설명 이미지.

일상생활에서 기존 번역 시스템을 이용할 때는 별 문제를 못 느끼지만 전문영역에서는 활용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강의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지향성 스피커도 개발한 백민호 교수는 지능형 첨단 강의시스템에도 '티키타(Tkita)'를 활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국인 신자들이 언어에 대한 불편을 느끼지 않고 종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백민호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메가트렌트로 손꼽힐 만큼 AI가 우리 일상생활까지 파고들었다"면서도 "기술이 가치 있기 위해선 인간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연구소기업협회 대덕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백민호 대표는 "대덕 바이오 벤처기업인 수젠텍의 경우 진단 키드를 만들어 코스닥에도 상장했다"며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소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키타 메인 이미지.

그러면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존 직원들에게도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하고 정부지원이 끝나도 기술사용료를 면제해주는 형태의 현실적 지원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반겼다.

백민호 대표는 연세대에서 정보시스템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아정보시스템을 거쳐 포스코ICT SI 물류시스템 컨설팅을 했고 한밭대 산학협력 중점교수로 활동하던 중 2014년 4월 ㈜에어사운드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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