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청 이창용 경위 한문서예 부문 '두각'

충북 미술대전 한문서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충북경찰청 이창용 경위가 자신이 쓴 이곡선생의 한시 작품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충북 미술대전 한문서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충북경찰청 이창용 경위가 자신이 쓴 이곡선생의 한시 작품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지역 예술인들에게 가장 권위 있는 무대 중 하나인 충청북도 미술대전에서 범인 잡는 경찰관이 한문서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해 화제다. 주인공은 충북경찰청에서 수사·형사 거짓말탐지기 조사(폴리그래프 검사관)를 전담하는 이창용(56) 경위다.

이 경위는 충북 음성군에서 서당을 운영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서예를 접했다. 집안내력처럼 전해저온 서예는 자연스럽게 취미가 됐고, 또 친구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서예는 늘 제 곁에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서당글씨로 서예를 했는데, 나이가 들고 나서부터는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30대 후반이 돼서는 이곳저곳 쫓아다니며 공부하기 시작했죠."

여가시간마다 틈틈이 수련했던 이 경위의 서예실력은 세월이 쌓이며 어느덧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의 글에는 깊이가 생겼고, 힘이 붙었다. 이를 증명하듯 이 경위는 전국 경찰가족을 대상으로 한 서예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 각종 서예대전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서예는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붓에 먹을 찍고 단전에 힘을 모으고, 숨을 참은 채 한자 한자 써내려가죠. 이런 훈련은 경찰생활을 하면서, 특히 거짓말탐지기 검사관 생활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여년 동안 각종 현장에서 범죄와 마주했던 그는 지난 2016년부터 거짓말탐지기 검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과 기계가 다른 답을 내놓을 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그는 서예를 통해 배운 평정심 유지가 때론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유정 의붓아들 살인사건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담당했어요. 고씨가 평온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지만, 탐지기 분석데이터는 다른 답을 하곤 했죠. 하지만 검사관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어떠한 내색도 하면 안 됩니다. 조사 대상자가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서예 역시 붓을 든 순간부터는 내려놓을 때까지 내가 써야하는 글에만 집중합니다. 한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글도 흐트러지죠."

조사 대상자가 거짓말탐지기 검사관 앞에서 내놓은 답은 수사방향 설정의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법정에서 유의미한 정황증거로도 쓰인다.

충북 미술대전 한문서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충북경찰청 이창용 경위가 자신이 쓴 이곡선생의 한시 작품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충북 미술대전 한문서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충북경찰청 이창용 경위가 자신이 쓴 이곡선생의 한시 작품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본업인 경찰업무와 취미생활인 서예에서 성과를 내며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이 경위는 이번 수상에 대해서는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쁘기보단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서예가들이 많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번 수상은 앞으로 더 많은 애정과 노력을 쏟으라는 의미로 알고, 부끄럽지 않은 수상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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