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북부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과수화상병이 지역 과수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미 충주시 산척면의 경우 전체 사과재배 농가의 90% 가량이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올들어 발생한 면적만 봐도 충주는 지난해의 3.5배, 충북 전체로는 2배에 이르고 있다. 역대 최대라는 지난해 피해 규모를 가볍게 뛰어넘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처음으로 진천지역에서도 확진이 나오고 전국적으로도 8개 시·군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 발생 6년만의 일로 앞으로의 감염이 더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과수화상병의 기세가 심삼치 않은 가운데 들려온 피해농가의 매몰거부 소식은 현 사태에 대한 우려를 더 키웠다. 일부 과수농가의 일이고, 피해보상과 관련된 내용이라 갈등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문제는 과수화상병이란 식물병해충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하자면 통제는 커녕 파악도 안되는 괴질이 번지는데 방역이 첫걸음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아직까지 방역과 차단을 위한 별다른 방안이 없어 발생 수목을 통째로 묻는 수 밖에 없는 게 과수화상병이다.

한번 발생하면 해당 토지를 적어도 5년이상 묵혀야 하는 농가입장에서 과수화상병은 재앙이다. 그런데도 확산 차단에 역행하는 선택을 했다면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다는 얘기다. 화상병으로 인한 주변의 피해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사전 방역에 적지않은 공을 들였는데도 전보다 더 번지는 현실을, 수십년 생업수단이 무너지는 상황을 손놓고 지켜볼수 밖에 없다면 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발생 수목 매몰거부는 그런 아픔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에서 보상과 복구는 다음 일이다. 먼저 확산을 막아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확산 차단을 위해서라면 다른 일은 미루는게 맞다. 지금같은 확산세라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발생수목 매몰을 '공적방제'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매몰거부 농가들이 뜻을 굽혀 공적방제에 협조하기로 했다. 하루가 아쉽지만 다행스럽다. 올바른 판단이며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은 한뜻으로 힘을 모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상병 공적방제에 주목하는 까닭은 현재로서 최선의 방안이어서다. 전파경로 등 아는 것이 없다면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매몰이 그것인데 확산속도가 빠른 충주지역의 매몰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우려가 커진 것이다. 다행스럽게 확산 차단과 피해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생계안정, 시설물 감가상각, 대체작물 육성 등의 별도 지원도 준비중이다. 갈길도 멀지만, 손발이 안맞으면 몇걸음도 힘겹다. 이번 일이 뜻과 힘을 하나로 모으는, 화상병 차단의 전기(轉機)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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