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논란속에 논의가 시작됐던 '농민수당' 조례안 제정이 충북도의회 심사 무대에 올랐지만 처리가 한동안 미뤄지게 됐다. 주민발의를 거친 이 조례안은 지난 4월에 이어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이번 회기에서도 논의는 됐지만 상정이 불발됐다. 표면적 이유는 이를 다룰 농정협의체 미구성으로 충분한 사전논의가 안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명의 속내는 도민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인데 협의체를 거치지 않아 다루기에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결국 이 안건에 대한 처리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 지난 4월 회기때도 같은 이유로 논의를 미뤘고, 이번 회기 논의를 조건으로 상정보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협의체의 한 축이 될 농민단체들이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고 농번기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협의체 구성은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수당지급의 재원을 해결해야 하는 충북도에서는 수당 도입 자체에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인데 도의회 일각을 비롯해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민발의를 위해 서명에 동참한 2만4천여 찬성 입장도 있지만 반대 여론도 상당해 '농민수당'이라는 안건에 대해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이 정도라면 도의회가 스스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내부 논의가 진행된다고 해도 합의는 물론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도의회가 도민 공감대를 내세워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더 폭넓은 여론수렴이 필요했고 그 절차가 농정협의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협의체 논의가 마무리되기전에는 의회에서 다루지 말았어야 했다.

도의회에서 이 안건을 조속한 시일내에 다루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후반기 원구성이다. 의원들이 소속 상임위를 바꾸는 시기로 위원회가 재구성되면 일정기간 이룰 다루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새로 출범한 제21대 국회에 관련 법안 2건이 올라가 있다. 이들 법안의 처리에 따라 조례안의 갈길이 바뀌게 된다. 따라서 이 조례안은 한동안 심사·의결은 물론 논의조차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찬성 서명 주민들도 그렇지만, 막대한 재정부담은 의원들로서 간과해서도, 간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같은 여건을 종합해 보면 '농민수당' 조례 처리는 처음부터 협의체 통과를 전제로 했어야 한다. 국회에서의 움직임도, 충북도의 입장도 여기서 걸러지고 논의돼야 한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상임위에 이를 올린 일부 도의원들의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외면하고 심사보류만 탓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는데 왜 끝까지 끼우지 않느냐고 채근하는 꼴이다. 협의체 통과가 어려울듯 싶자 도의회에서 밀어붙이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합리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절차의 힘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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