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수장·발굴 넘어 '문화 허브' 역할 자리매김

충북대 박물관 전경.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충북대학교 박물관이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충북대 박물관은 국립충북대학이 1960년대 후반 종합대학으로의 승격을 위한 필수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1년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70년에 개관했다. 당시 충북도내에는 국립박물관이 없어 도내에서 수집 및 출토되는 유물들을 보관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충북대 박물관은 개관 초기부터 도내의 유물을 수장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이후 중원지역의 고고학 연구, 구석기시대를 중심으로 하는 특색있는 전시, 지역민을 위한 고품격 문화강좌,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지금까지 박물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반세기 역사를 가진 충북대 박물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어봤다.

충북대 박물관은 1970년 개관할 당시 농기구 등을 포함해 400여 점의 유물를 보관하는 업무로 시작했다. 현재는 소장 유물 7천440여 점, 매장문화재 발굴 유물 1만8천여 점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표적인 지정문화재로는 보물 제716호 '김길통좌리공신교서'와 중요민속자료 제109호 '청주출토 순천김씨 의복 및 간찰', 충북도유형문화재 제360호 '이문건 부부묘 출토유물' 등이 있다.

충북대 박물관이 반세기 동안 수행한 가장 큰 역할은 다양한 유적의 발굴조사다.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대청댐 및 충주댐 수몰지구 문화재 발굴조사와 경부고속도로 및 중부고속도로 건설공사 등 많은 대규모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조사단본부 역할을 수행하면서 1970~90년대 발굴조사를 이끌었다. 이를 통해 충북대 박물관은 대학박물관으로서의 학문적 연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07~2009년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함께 6·25전쟁 때 보도연맹사건 등으로 희생된 민간인 학살 관련 유해발굴에서도 조사단본부를 수행해 발굴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조사, 유해감식과 더불어 현재 세종시 추모의 집으로 이전된 유해들을 대학 내에서 보관하며 임시 안치소 역할까지 하는 등 다방면에서 큰 업적을 이뤘다.

충북대 박물관 제1전시실.

그 중 '흥수아이'가 출토된 충북 청주 두루봉 동굴 유적과 후기 구석기시대 대표 유적인 단양 수양개 유적, 청동기시대 집터가 다수 출토된 충주 조동리 유적, 백제시대 최대 고분군으로 꼽히는 청주 신봉동 유적 등 전시관이 들어선 중요 유적들을 발굴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출토된 청주 소로리 유적과 최근 이슈로 떠오른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송절동 유적 발굴 등 굵직굵직한 발굴들이 모두 충북대 박물관을 거쳐갔다. 최근에는 몽골과학아카데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몽골·카자흐스탄 등 해외 발굴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내·외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청주시와 함께 금석문 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전시실을 통해 볼 수 있다. 1전시실은 그 동안 충북대 박물관에서 발굴한 대표적인 구석기시대 유적을 소개하고 있다. 흥수아이를 비롯한 동굴곰, 쌍코뿔이, 하이에나, 코끼리 상아 등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 않은 구석기시대의 멸종된 동물화석과 역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먹도끼, 슴베찌르개, 세계 최고(最古)의 소로리볍씨 등을 실제로 볼 수 있다.

2전시실에서 운영되는 특별전은 40회 정도 실시했는데, 최근에는 고고학 유물에 대한 전시 뿐만 아니라 '한·중 서예가 초대전(2015)', '결정적 순간, 파리블루(2016)', '영화포스터 : 1960~1980년 시대를 읽다(2018)' 등 서예, 사진, 미술품 등 다양한 콘텐츠의 특별전을 시도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독립운동으로 세운 대한민국 100년(2019)' 특별전에는 충북지역의 3·1운동과 충북 출신 임시정부요인, 충북 출신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고 충북지역 독립운동가분들의 후손을 초청하는 등 지역민과 교감하는 전시를 통해 지역 내 대표 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2000년대 들어 발굴조사를 전담하는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이 늘어남에 따라 대학박물관들의 발굴조사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충북대 박물관 전경.

이런 추세에 따라 충북대 박물관도 대학박물관의 정체성과 변화의 기로에서 지역 거점 대학으로서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달아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박물관대학'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 대상 교육프로그램으로 199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25년째 진행되고 있다.

한 학기 수강생이 대략 150명 내외로 유료 운영임에도 불구하고 매 학기 주제를 달리하며 최고의 강사진과 함께하는 문화강좌로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박물관대학 수강생들과 연계해 '충북대 박물관회'를 결성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역민과 함께하고자 지역학강좌를 개설했으며, 국내 및 해외 답사, 각종 소모임 등을 운영하며 지역민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사업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전시실 내부 전경. 

2016년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서 박물관에서도 2010~2011년 대학박물관 교육프로그램 지원사업 우수관에 선정된 경험으로 충북대학교 박물관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꿈길' 운영 사이트에 등록하고 교육청 등에 홍보, 많은 학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관련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을 위한 '희희락락 박물관학교', 중학생을 위한 'GO! GO! 고고학!', 고등학생을 위한 "HIGH 큐레이터' 등 각 학년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1년에 3천5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충북대 박물관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의 행복한 삶과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6년 교육부 주관의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 선정된 후 지난해 다시 한 번 인증기관에 선정됐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을 바탕으로 작년에는 지역사회 문화발전 및 교육사업에 기여해 온 공으로 전국 100여개 대학박물관이 회원관으로 있는 한국대학박물관협회로부터 1년에 한 기관씩 선정하는 '올해의 대학박물관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는 매년 공모로 진행되는 대학박물관진흥지원사업에서는 2018년부터 3년 연속 선정돼 박물관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올해 개관 50주년을 맞아 충북대 박물관은 내진·석면·냉난방기 교체공사를 끝내고 더 나은 환경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자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

충북대 박물관은 개관 이래 처음으로 '박물관 서포터즈'를 모집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박물관 전시실은 휴관을 계속하고 있고 올해 계획된 많은 기획 행사들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박물관 서포터즈와 함께 SNS에서 박물관과 전 국민들이 더욱 가깝게 교류할 수 있도록 여러 행사를 마련했다.

온라인 VR 전시를 통해 박물관에 직접 오지 않아도 전시실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시풍속 이벤트 '여름이 오는 길, 단오' 등 매년 진행하던 행사들도 올해는 SNS를 통해 운영될 예정이다. 개관일인 9월 27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박물관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과 답사, 체험 등을 오픈해 지역민과 함께 5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박걸순 충북대 박물관장

박걸순 충북대 박물관장은 "충북대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를 선도하는 대학박물관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미래에는 대학박물관이라는 한계를 넘어 지역의 문화 허브 역할을 하는 대표기관으로 지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박물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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