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인천 미추홀구 강사부터 부천 확진자 까지 개인의 사생활을 숨기기 위한 거짓 동선으로 전쟁으로 묘사되는 코로나 19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너무나 함께의 가치가 소중한지 느끼고 있다. 과거에도 국가나 사회가 중대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할 때, 전쟁이라는 군사적 메타포(은유, 비유)를 사용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민생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범죄 및 폭력과의 전쟁'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4년 위대한 사회건설을 목표로 '빈곤과의 전쟁'을,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군사적 맥락에서의 전쟁과 팬데믹 맥락에서의 전쟁의 의미를 비교하면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도 함께의 가치가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요즘 흥미로운 일이라고 필자는 사료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전쟁의 용어를 사용하게된 사유를 보면 코로나19에 대해 갖고 있는 세계 지도자들의 위기 의식과 불안감, 함께의 가치의 필요성 등이 반영돼 있다. 전쟁이라는 다소 강한 메타포를 사용함으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공동의 위기 앞에 강한 함께의 가치, 단결심과 비장한 희생 정신을 보다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국가의 제한된 인적 물적 자원(resources)을 평상 시에 비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동원하는데 있어 강력한 설득력과 코로나가 발생한 지역을 '최전선(front line)'으로 부르거나, 코로나가 발생한 최전선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인과 지원 인력을 '전사(worrior)'라고 부르며 당사자들에게는 투혼을 불어넣고, 국민들에게는 그들에게 존경과 격려를 이끌어 냄은 물론, 함께의 가치를 위한 지침준수와 초기 거짓없는 동선 파악으로 확산을 막자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군사전쟁과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에서는 흥미롭게도 유사한 점들과 차이점들이 공존함을 알 수 있는데 전쟁에서는 전우끼리 신체 접촉을 강화해야 하지만, 코로나 전쟁에서는 반대로 전우끼리도 신체적 거리를 충분히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거짓없는 진심(동선 등 거짓말하기)어린 동지애는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전쟁에서는 공격자(attacker)들이 적의를 품고 반대 편의 적군들만을 겨냥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랑하는 우리부모 형제와 자녀 친구들, 즉 피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한다.

또한, 군사 전쟁에서는 불필요한 인명 혹은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때로는 완벽한 승리가 아닌 교착상태에서도 6·25 전쟁처럼 협상을 통해 휴전이나 종전을 선언할 수 있고 작전 상 후퇴도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는 교착상태(확진자들의 동선 거짓 등)에 빠져 있어도 휴전을 하거나 후퇴를 하는 경우와 거짓된 동선말하기 등으로 나혼자인데 어때식으로 대응하면 그 희생자나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은 물론 사태를 장기화 상태에 빠뜨린다.

게다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독특한 요인들도 많다. 일반적인 전쟁은 특정한 몇 군데의 전선과 지역에서 전개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선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퍼져 있어, 한 전선 혹은 몇 몇 전선에서만의 승리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코로나와의 전쟁에서는 전선과 피아의 구분도 없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는 모두 아군일 뿐이다.

이 바이러스 전쟁은 우리모두의 생존과 일상이 서로에게 달려 있다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개인의 안이함과 부주의가 수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인내하며 쌓아온 성과를 위협할 수 있다는 수도권의 재확산 사태를 겪고 보니 외출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고, 덥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손 씻은 사람들의 배려와 인내야 말로 우리 자신을 지키는 힘이었음을 새삼 느낀다.

다른 한편으론 자기자신만 지키려는 노력만으로는 우리모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코로나19에 자신감을 피력했던 싱가포르의 방역 시스템이 무너진 것도 수도권 사태처럼 관심 갖지 않았던 이주노동자 숙소에서의 바이러스 전파였다. 부유한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은 방 하나에서 10~20명이 함께 단체생활한다. 증상이 있어도 격리 생활을 꿈꿀 수 없는 현실이다.

전 칠레 대통령이자 현 유엔인권최고대표인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는 미국 타임 지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의 건강은 모두의 건강에 달려 있다"며 "모두의 신뢰와 참여가 있어야 지만 바이러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께의 가치를 연구해 온 협동조합운동가들도 또한 우리가 서로 의지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는 것이 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라고 피력한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교수 제이미 하킴(Jamie Hakim) 등은 저서 '돌봄 선언(Care Manifesto)'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리의 생존이 서로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불러일으킨 인간 존재의 연약함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직면할 수 있게 해준다"며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할 수 있고, 또 누구나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함께의 가치를 준수할 때 비로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자신이, 자기 가족이 안전하길 원한다면 주위의 이웃도 다 함께 안전해야 한다는 깨달음은 단순하지만 현 사태에서는 진리이다. "누구도 내버려둘 수 없다"는 바첼레트의 당부가 바로 와 닿는 이유다. 누구나 인생에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다른 점은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힘으로 이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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