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육아맘 맘수다' 시민기자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쓰레기 분리수거 시 파지를 버리실 때 종이상자 안에 애견 배변패드나 컵라면 용기 등 생활쓰레기를 몰래 숨겨서 버리시는 주민분이 계십니다. 다른 이들을 위해 양심을 지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한창 '왜?'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 아이가 방송을 듣자마자 또 방송내용이 궁금하다며 왜 쓰레기는 분리수거 해야 하는지, 양심이 무엇인지, 왜 쓰레기를 숨겨서 버리는 건지 등등을 물어 왔다. 사실 아이뿐만 아니라 나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도대체 왜 상자 안에 애견 배변패드 따위를 함께 버리는 걸까. 심지어 사용 전의 배변패드도 아니라는데 말이다. 설마 그게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벌써 며칠 째 저 방송을 들었는데, CCTV로 누군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경고를 하는데도 참 대단한 심장과 양심을 가진 분이라며 경외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1982년 가수 윤수일의 히트곡 '아파트'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아파트는 우리나라 국민의 5%만 거주하는 특별한 거주형태였으나 2015년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이젠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할 정도로 대표적 거주형태가 됐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도시 지역에 거주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아이를 위한 공동생활 규칙 준수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에게 눈높이 맞춤형으로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는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밤에 세탁기를 돌리지 않거나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지 않거나 흡연구역을 준수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지만 그것만으로 공동생활이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아주 귀가 닳도록 듣는 이야기, '집에서 뛰지 마라', '화단이나 주차장 등 외부에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와 같은 아주 기본적 규칙들이 그러하다. 조화로운 공동생활을 위한 아이들의 몫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두가 잘 아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함께 하는 규칙에 익숙하게 만들 수 있을까. 수많은 대안 끝에 우리 부부는 '칭찬 스티커'로 선택했다. 유치원 학부모만 돼도 다 아는 칭찬 스티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부부와 아이 모두 생활규칙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참여했다. 이제 7살이지만 공동생활에 있어서 자신이 할 일 무엇인지 야무지게 알고 있다.

우선 스케치북을 준비한다. 고사리 손으로 쓰기 시작하는 아파트 내 공동생활 규칙 리스트! 밤에는 조용히 걷고 뛰지 않기, 동네 할머니 등 큰 어른을 만나면 인사하기, 감사하다는 인사와 미안하다는 인사 잊지 않기, 엄마 아빠 말씀 귀 기울여 잘 듣기 등 아주 기초적인 것들로 우선 목록을 구성했다. 아직 손끝이 여물지 않아 글씨가 예쁘다거나 바르게 쓰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가슴 벅찬 단어들. 규칙 리스트 아래 칸에는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표까지 완성했다. 우리 집은 10개의 스티커를 모을 때마다 보상을 주고 있다. 당연히 생활규칙표를 만든 일도 잘한 일이기에 스티커 한 장을 붙이고 함께 박수를 쳤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높이로 부착하는 것이 좋다. 자기가 직접 붙인 칭찬스티커의 수만큼 아이의 자존감도 같이 커나가는 것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으니까!

생활규칙표 부착 이후 아이는 스스로 규칙을 제법 잘 지켜나갔다. 물론 표에 명문화하지 않았어도 칭찬받을 일을 한 경우에는 스티커를 붙여주는 칭찬의 여유로움도 꼭 필요하다.

모든 일이 첫 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아이가 갑자기 하기 싫다고 우는 경우도 있고,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 규칙의 내용을 고정하지 않고 아이와 상의 후 바꾸어나가고, 가능하면 구체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이에게 생활규칙을 무조건 강요하고 소리치는 것만이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직접 보고 듣고 배워나가는 과정을 익혀야 뭐든 습관으로 길들여진다. 특히나 요즘처럼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면 많은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에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수 있는 규칙을 어른이 함께 마련해주어야 한다.

조금은 돌아가는 일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가 즐거운 놀이처럼 공동생활 규칙을 익힌다면 그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지 않을까! 이제 유치원에서 내년이면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녀석에게 공동의 규칙은 꼭 필요하다. 무작정 '하면 안 돼'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규칙을 지켜내는 모습을 함께 보아줄 어른이 돼야겠다. 지금은 놀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과정의 끝엔 더 큰 무엇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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