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제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성향 군소정당과 함께 전체 18개 중 6개 상임위원장을 뽑고 상임위 가동을 선언하자 미래통합당은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후 상임위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를 구성해야 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 직권으로 통합당 일부 의원들을 해당 6개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국토교통위원회를 1순위로 지원한 통합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과 이종배(충주) 의원을 각각 기획재정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에 선임했다. 이 의원은 2순위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묵살됐다.

야당 충북 국회의원들이 지원한 상임위를 여권이 수용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자는 게 아니다. 강제 배정하면서 의원의 경력과 전문 분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박덕흠·이종배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각각 국토위와 산자위 간사를 지냈다. 반면 기재위는 박 의원이 3순위에도 넣지 않았을 정도로 아예 신청하지 않은 생소한 분야다.
재정·경제 정책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상임위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소관에 속하는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 기타 법률에서 정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박 의원보다 더 당황하고 있는 건 보좌진들이다. 의원을 보좌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데 지금부터 공부해야 하거나, 현재의 식구를 내보내고 새로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통위를 배정받은 이 의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행정관료 출신인 그를 행정안전위원회로 배속하거나, 장교로 군 복무를 했으니 국방위로 결정했다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하지만 경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강제배정 결과에 야당 일각에서는 3선 박·이 의원의 재갈을 물리기 위해 비전문분야 상임위에 이들을 선임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통합당 의원 20여명은 지난 16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상임위 강제 배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강제 배정으로 구성된 상임위 위원장 선출도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강제 배정된 상임위에서 활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서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고 통합당 일부 의원들의 상임위를 강제 배정하면서 국회의 공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회가 가동되더라도 통합당에서는 사보임을 통한 상임위 조정으로 번잡한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국회 원구성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반도 안보위기 고조에 따른 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 구성 주장에 대해 "민주당이 매번 우리가 발목 잡는다고 했는데, 우리 없이 단독으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당의 독주는 독재로 비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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