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최근 한국경제를 전망하고 지역의 과제를 탐색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충청북도지역혁신협의회와 충북포용사회포럼이 공동으로 '코로나19 이후, 경제 전망과 방역 대책' 종합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16일에는 충북연구원이 지역 정책 방향을 제안하는 '넥스트 노멀(Next Nomal) 시대, 충북의 대응 전략' 연구 결과를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모두가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부단한 노력의 일환이다.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향후에도 튼튼한 디지털 경제기반과 의료방역체계에 힘입어 여전히 비교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제2, 제3의 대유행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높은 불확실성이 복병이다. 극복방안은 더욱 난해해 경제 위기는 장기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일본의 리쇼어링과 그간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공급망 개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를 통해 글로벌 공급 체인에서 우리 기술의 취약점인 핵심 소재?부품의 '초크 포인트(choke point)'를 겨냥, 보복하는 것처럼 상호 의존성을 무기화하는 전략도 확산 중이다. 소수 국가나 기업만 가질 수 있는 핵심 소재?기술이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인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각자도생은 고립경제로 귀결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경제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 사회안전망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언택트 기술과 응용 서비스 수요가 커지면서 비대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디지털 경제기반의 우수성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0'에서 확인된 바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최다 혁신상(118건)을 수상했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스타트업(47건, 40%)도 함께 약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타트업 전용관인 Eureka Park에 참여한 한국 중소?스타트업 기업은 총 179개사로 미국(320개사)과 프랑스(207개사)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혁신상을 받은 47개 기술과 제품은 기존 대기업의 주력 분야가 아닌 헬스케어, 웨어러블, 스마트시티, 지속가능성 등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성장 유망 부문에 골고루 포진되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미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간 협업 및 전략적 제휴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산업?기술 간 경계가 붕괴되면서 이종 기업 간 협업?제휴를 통해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가시화되고 있다. 5G 및 AI 기술 기반의 전자?플랫폼 기업이 본업의 경계를 벗어나 모빌리티 등 융합 비즈니스 영역에 대거 진출하는가 하면 완성차 기업은 항공 및 스마트시티 등 기존 주력산업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지향점을 보여줬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의 CES 참가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위협적 존재임을 입증했다. 결국 경쟁에서 앞서는 분야를 수성하는 '초격차' 기술 우위 전략과 기술연합 시대에 대비한 '초협력'만이 살길이다.

지난 16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0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63개국 중 23위로 전년보다 5계단 올랐다.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미국?중국은 물론 일본의 순위가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이 결과에는 최근 K-방역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 대응 노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엄중한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해야 할 때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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