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꽤 오랫동안 한반도에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생김새를 한 사람들이 나라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의 침략으로 고초를 겪던 한반도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며 해방을 맞았으나 미군과 소련군이 한반도에 진주하며 남북으로 분단되는 비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남한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로 자유민주국가를 표방하며 삼권분립국가로 나라의 기틀을 다져갔고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 이념의 정부로 출범했다. 당시 남북한은 모두 가난한 나라였다. 1인당 GDP에 대한 기록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소련을 등에 업은 북한이 동족상잔의 비극인 남침을 감행하며 3년여의 참혹한 전쟁이 이어졌고 남북한 어디든 황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인류역사상 6번째로 참혹했다는 전쟁이 끝나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정치 체계로 변화해 가는 동안 수많은 시련과 극복을 통해서 지금의 자유로운 대한민국으로 발전하였고 배고픈 가난을 이겨내려는 피나는 노력으로 GDP 4만 달러를 꿈꾸는 시대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 전쟁이 끝났을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67달러에 불과했다. 북한은 분단이후 지금까지도 김일성 일가의 수령 중심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개방을 꺼려왔기에 국가 간의 자유로운 교류가 없었으며 지금도 내부 상황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비정부기구인 휴먼라이트워치는 북한을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로 소개하고 있고 인권에 대한 제약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탈북민을 통해서 듣는 북한의 실상은 더욱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대한민국은 같은 민족인 동포가 살고 있는 북한에 어떤 형태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해왔다. 특히 진보 정권이 집권한 경우에는 무엇이든 어떻게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했다. 경제적 지원이 더해졌고 엊그제 북한이 폭파시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있는 개성공단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져서 운영되다가 박근혜 정부가 중단시킨 곳이다. 개성공단을 폐쇄시켰을 때 많은 사람들이 졸속 단행이라 했고 입주기업인들이 승용차 지붕위에 높다랗게 물건들을 싣고 내려오는 장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여하튼 북쪽의 동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반대하지 않았다.

북한 정권은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에도 평화 무드를 깨는 행동을 벌였다. 햇볕정책을 추진하며 북한에 관광선을 띄우는 와중에도 간첩선을 내려 보내고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교전을 벌인 연평해전을 일으키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2연평해전이 발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천암함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 최근까지도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실험을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 간 적대적 긴장과 전쟁 위협을 없애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목표로 한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으로부터 시작되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였고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으며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했다. 심지어 휴전선 근처의 땅값이 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올 신년사에서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해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를 추진할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의 느닷없는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을 문제 삼으며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내용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담화문으로 발표했고 심지어는 식당의 주방장까지 나서서 대통령을 욕보이기 까지 했다. 물론 청와대도 젊잖게 경고했다.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런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의 동포들이 살고 있는 북한, 우리가 북한보다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우위에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무례함을 참고 감내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우리의 감정을 무척 상하게 했다. 그렇지만 어쩌랴 그곳에 사는 이들이 우리 동포인걸.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적인 힘을 더욱 키우는 수밖에 별 도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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