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풋풋한 사과에서 잘 익은 사과를 꿈꾼다. 알차고 튼실한 사과. 사과 적과 봉사활동을 하고 온 뒤로는 사과가 더 구쁘게 보인다.

금천동에서 농촌 봉사활동을 나갔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력수급이 어려운 사과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주민자치 위원을 비롯해 직능단체 회원들은 구청 버스로 아침 일찍 출발하였다. 추운 겨울 견디고 꽃피운 뒤 달린 사과 열매. 대여섯 중에서 제일 좋은 '중심화'만 남기고 모두 따냈다.

나는 처음 봉사활동을 나갔지만, 같이 간 일행들은 해마다 봉사를 온 분들이 많아서 능수능란하다. 일부는 거의 봉사가 생활화된 분들도 있다.

어떤 나무는 이상저온 피해로 열매가 시원치 않고 어떤 곳은 열매가 모두 실해서 어느 것을 따야 할지 난감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일이다. 열매의 크기와 품질을 향상하기 위함이지만, 여기서 살아남은 열매라야 가을빛에서 주렁주렁 튼실한 사과가 될수 있기에 최대한 좋은 열매를 남기려고 노력하였다.

동장도 열심이다. 상당구청장과 미원면 주민자치위원장, 부면장 그리고 직능단체장 몇 분이 격려차 오셨다. 전에는 몰랐는데 주민자치 위원을 맡고 보니 마을을 어떻게 하면 쾌적하고 좋은 환경으로 만들까 노심초사하는 게 보인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치센터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결정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복지와 지역공동체 형성이 우선이다. 주민들이 불편한 곳을 말하기 전에 솔선해서 구석구석 찾아보며 동과 협력하여 섬김의 자세로 일하고 있다.

일손 봉사가 끝나고 '우리 지역 농산물을 팔아주자'는 동장의 의견에 브로콜리 농가와 사과 농가를 방문했다. 식구가 없는 나도 기꺼이 동참해 이웃들과 나누니 기쁨도 컸다.

행사나 회의를 할 때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해보다 주민자치위원을 비롯하여 위원장, 동장, 동 직원들 모두 생기가 넘친다. 그래서 난 늘 이야기한다. "금천동이 살아 움직이고 있어요."

'청주행복지구 민간공모사업'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도심속 행복텃밭 작은 농부들과 쇠내골토요문화놀이터를 운영한다. 텃밭에서는 생생한 금천동처럼 채소가 싱싱하게 커 가고 있다.

모두가 그러하듯 우리의 삶에서 단숨에 이루어지는 일은 많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시간과 비례하여 그 성과 역시 증가한다. 사과 역시 겨우내 모진 추위를 견디며 찬란한 꽃을 피워내고 농부의 손길과 햇빛, 바람으로 과실을 안겨주듯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일하는 사람들, 사과나무를 훑어가며 적과가 안 된 가지가 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회원들을 보니 미쁘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일을 하다 지쳐 있을 때 누군가는 물과 음료수를 갖다주고 누군가는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며 너스레를 떤다. 같이 땀을 흘린다는 것, '여기, 그리고 지금의 삶'을 봉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일하는 그들을 보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 싶다.

사람 사는 일이 땀방울 식혀주는 한 줄기 바람같이, 나뭇잎 부딪히는 바스락 소리 같은 것, 금천동은 내게 늘 능금빛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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