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발굴 특별법 제정 시급… 전문가 양성 기관도 필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유해발굴 특별법 제정과 원스톱 전문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지효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유해발굴 특별법 제정과 원스톱 전문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지난 5월 20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6·25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유해발굴에 대한 법적 명시가 없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의 '유해발굴 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뒷받침이 돼야한다는 여론이다.

1960년대부터 고고학과 인류학을 연구하며 유골을 발굴·분석해 온 이 분야의 권위자 박선주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에 대해 "땅속에 있던 진실을 밖으로 꺼내는 일이며 동시에 희생자들을 편히 보내준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조상의 유해를 제대로 모시지 않으면 후손들이 편치 않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정서"라며 "전통적인 사고로 볼 수도 있지만 유해를 발굴해 모시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과도 연결된 일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이 확보돼야 가능하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 당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장을 맡았던 박 교수는 전국 168곳에 유해가 묻혀있다고 했다. 그중 30곳은 집단 매립지고 그중 11곳을 발굴했다고 했다.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유해발굴 현장. / 이지효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유해발굴 현장. / 이지효

지난해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유해현장에서 이름이 선명한 도장이 발견됐었지만 유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유족을 찾지 못했다.

"유해발굴 신고가 들어오면 유해가 있든 없든 발굴을 다 해봐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턱없이 예산이 부족하죠. 유해발굴시 1달에 1억원 가량이 필요합니다. 1년에 5차례 발굴을 한다면 10억원이 넘지 않을거에요. 이번 과거사법에도 유해발굴에 대한 조항을 추가했으면 좋았을텐데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의 유해발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거죠."

이렇게 유해발굴을 위해서는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서 발굴된 유품.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서 발굴된 유품.

박 교수가 충북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인 2007~2009년에는 충북대학교에서 1기 진실화해위와 함께 6·25전쟁 때 보도연맹사건 등으로 희생된 민간인 학살 관련 유해발굴에서도 조사단본부를 수행했다. 발굴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조사, 유해감식과 더불어 현재 세종시 추모의 집으로 이전된 유해들을 대학 내에서 보관하며 임시 안치소 역할까지 했었지만 박 교수 퇴임 후 대학에서도 전문가도 없을 뿐더러 관련 강의를 만들지 않아 이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이 아예 없어졌다.

박 교수는 "유해발굴을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전문훈련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국군유해발굴단은 저에게 배워서 나간 사람들이 있지만 민간에는 자원봉사자밖에 없어 이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부터 발굴, 감식하고 봉안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보은 내북면 아곡리 유해발굴 현장서 발견된 유해. / 이지효
보은 내북면 아곡리 유해발굴 현장서 발견된 유해. / 이지효

박 교수는 "지금껏 함께 공동조사를 해온 자원봉사자들도 이제 많이 알긴 하지만 전문적인 것이 아직 부족하다"며 "국립대학인 충북대에서 예전의 명성을 이어 가르쳐주거나 이것이 어렵다면 민간연구소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6·25 때 억울하게 돌아가신 민간인들에 대한 인권과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할 시기"라며 "희생된 분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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