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김동우 YTN 충청취재본부장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무조건, 자산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이다.' 기본소득은 주기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재산을 따지기 말고, 현금으로, 노동 등 조건을 내걸지 말고 주는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주고받는 공짜 돈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관심이 최근 한국에서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세대별로 지급한 재난지원금 맛을 봤기 때문인가? 명목(코로나19)이야 어떠하든 국가가 모든 세대에게 돈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은 노동하지 않고서도 얻은 돈이지만 소득이 아닌데다 주기성이 없어 수급 주체가 세대주 등 여러 면에서 기본소득과 관계없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21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여야 모두 내친김에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여야 모두 경쟁하듯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법안 준비와 관련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추진력을 고려하면 내년에 빛을 보지 않을까?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정치권의 논의를 이해하기 어렵다. 전 세계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고 언급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기본소득 도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공개적으로 있었던 것은 지난 2012년 총선에서다. 한국녹색당이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지만, 구두탄에 그치고 말았다. 2016년에 와서야 보편적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정하게 되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로 복지제도를 넘어 대안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으로 기본소득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관심 고조는 현재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지탱할 수 없는 불평등과 불의를 낳는다는 인식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 등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생계 수단 상실과 삶의 빈곤화가 전 세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이 같은 불평등의 현실화에다 무한경쟁은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등 불안정노동자는 물론 사회적 낙오자를 생산한다. 이른바 프래카리아트가 양산된다. 노동자들의 불안정성은 그들의 정의와 자유 담보를 무색게 해 국가 존립에 위협을 가한다. 이런 상황들이 기본소득을 정당화하는 요소들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인간의 노동은 현재 처음으로 생산 과정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제거되고 있으며 앞으로 1세기 이내에 시장 부문의 대량 노동은 사실상 세계의 모든 산업 국가들에서 사라져갈 것'이라 말했다. 이미 9년 뒤 개정판에서는 예측대로 미국에서 노동의 종말이 실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심각한 노동의 위기는 결국 심각한 실업으로 이어져 인간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때 기본소득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국가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복지제도가 시민들의 불안감과 빈곤화를 해소하기에는 질. 양적으로 턱없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서 또 하나의 기본소득 실시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더욱 기본소득의 정당성이 제기되는 것은 국가의 구성 요소가 개인이라는 점과 소득은 공공자원에서 비롯된 점이다. 개인이 없으면 국가 존립은 불가능하다. 국가 존립에 필요한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것도 개인들이다. 국가는 개인들에게 그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또한, 국가나 기업의 부(富)는 그들의 노력의 결과이지만 그 노력이 실현되기까지에는 무수한 공공자원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토지. 도로. 자연환경, 대중교통.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얻은 소득은 공공의 몫이다. 개인은 이 몫을 나눠 가질 권리를 지닌다.

기본소득 도입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재원 조달이 문제다. 핀란드와 스위스가 기본소득 실험에서 실패한 등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는 없다. 이유는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방안 가운데 증세가 최선이었지만 국민들의 조세저항에 굴복했다. 여러 국가가 조세저항에 기본소득 도입을 주저한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충청취재본부장

공자가 산에서 여인에게 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여인은 남편과 아들을 호랑이에게 당해 죽었기 때문이라 답했다. 그럼 왜 산에서 사느냐고 물으니 그 여인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세금(苛政猛於虎) 때문이라 했다. 맹자도 세율 10%를 넘으면 폭정이 된다고 했다.

재원조달 방안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막말처럼 질세라 쏟아내는 최근 정치인들의 기본소득 논의는 인기영합주의임은 분명하다. 하라는 정치나 잘하시지 인간들아….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