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지역 여성인권 옹호단체를 벌집 쑤시듯 흔들어놓은 '청주시 양성평등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결국 의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부결됐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미래통합당 유광욱 의원은 졸지에 성인지 감수성이 아주 저급한 시의원으로 낙인찍혔다.

여성 친화적이라는 현 정부에서 그것도 야당 소속 남성 의원이 '양성평등'을 건드렸으니 십자포화를 맞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식자층은 안타까움은 물론 무기력함까지 든다고 한다.

우익단체의 주장처럼 현 정부 사회가 아무리 법·원칙보단 감성이 우선되는 '정서 사회'라고 하더라도 이번은 모법(母法)까지 무시하면서 목소리만 높인 신경질에 가깝다는 평가다.

우선 '여성의 사회참여 및 권익보호, 성차별적 관행 해소 등 양성평등정책을 위해 필요하다고 시장이 정하는 사항에 대해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문 중 '여성의~ 관행 해소 등'을 삭제하려 한 시도는 여성단체를 아주 불쾌하게 했다.

이들은 여성의 권익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삭제했냐며 약자이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여성의 현재 위치를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허나 이들이 십계명처럼 여기는, 이 조문의 근거 법령인 양성평등기본법 7조 어디에도 이런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양성평등기본법의 모태가 된 예전 '여성발전기본법'에는 이 같은 조문이 있었으나 양성평등법으로 개정된 후에는 해당 문구가 삭제됐다.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해서다.

전국적으로 예전 조문을 그대로 사용한 자치단체는 약 60개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에선 청주를 비롯해 7곳 시·군 조례에 존재한다. 나머지는 상위법에 근거해 개정했다.

단체는 '시장은 관계공무원으로 구성·운영하는 회의 또는 심의회 등에 여성공무원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문에서 '여성공무원'을 삭제하고 이를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참여'로 수정한 부분도 지탄했다. 이들은 이를 '여성' 지우기라고 간주했다.

현재 전국 25개 자치단체만 이 같은 조문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당연직 위원인 주무부서 국장, 과장이 여성이 아닌 남성이더라도 100% 참여하므로 '여성공무원'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상위법에서 삭제돼 근거조차 없는 조문을 수정한 부분도 싸잡아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지 못한 가부장적인 발상이라고 몰아세웠다.

조례 개정은 과거 여성발전법에 근거하지 않고 양성평등법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남성의 일·가정 양립의 여건 마련 등 사회 전체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성발전법을 전부 개정한 게 바로 양성평등기본법이다.

박재원 경제부장

이 법을 근거로 한 조례 개정이 문제가 많다고 한다면 모법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 유리천장'이 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성인지 감수성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여성 의원들이 이 개정안 부결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과연 이들이 양성평등기본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여성 의원들이 이제 후반기 시의회 상임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노린다고 한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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