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전유물서 도민문화공간 되기까지… '관사의 추억'

1939년 건립된 청주시 상당구 수동 충북도지사 구 관사 옛 모습(왼쪽), 도민개방 이후 '충북문화관' 문화의 집 모습(오른쪽). / 옛 모습 출처는 충북도DB, 현 모습 촬영은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 위치한 충북도지사 관사가 도민에 개방된 지 꼭 10년이 됐다. 2010년 민선 5기 이시종 도지사가 취임하면서 내놓은 관사는 리모델링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인 '충북문화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옛 충북도지사 관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살펴본다. / 편집자

일제강점기인 1939년 지어진 권위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도지사 관사는 71년간 '도지사의 전유물'로 사용되다가 2010년 7월 9일 도민 모두가 사용하는 '도민 열린 공간'이 됐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의 집, 숲속갤러리, 북카페, 야외공연장을 갖춘 '충북문화관'으로 2012년 9월 6일 개관한뒤 한해 4만명이 찾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충북도지사 구 관사를 방문한 충북 여성단체장들 기념사진. / 충북도DB

과거: 71년간 제1~32대 도지사 사용

충북도지사 관사는 1939년부터 71년간 관사로 사용됐다. 충북도청 본관이 충주에서 지금의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자리로 이전하면서 1939년 지어졌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1939년 지어진 구 관사는 1대 윤하영 도지사부터 제14대 김효영 도지사까지 사용했고, 1969년 신축한 신 관사는 제15대 정해식 도지사부터 제32대 정우택 도지사까지 41년간 썼다. 이후 2010년 7월 9일 민선 5기 제33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취임과 동시에 관사를 전면개방했다.

구 관사는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53호다. 목조구조를 기본형식으로 일본 전통적 주거양식과 고전 서구 건축양식이 섞인 일양절충식 주택 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구 관사는 407㎡ 규모로, 신 관사는 326㎡의 규모로 신축됐다.

1969년 충북도지사 구 관사 접견실에서 외빈 만찬이 열리고 있다. / 충북도DB

지금은 북카페로 변신한 다다미방은 맨오른쪽 제일 큰 방을 도지사가 사용했고, 그 옆방을 자녀들이 썼다. 다다미방, 미닫이 창호, 오리옥기구미 지붕구조는 일본식 건축양식으로 1930년대 대표적 주택양식으로 눈길을 끈다. 접견실은 서양식으로 조찬모임, 회의 등이 자주 이뤄졌다. 69년 신 관사를 지은뒤 구 관사는 영빈관으로 사용됐다. 타 시도 손님이나 해외인사, 대통령 등이 왔을 때 만찬과 파티장소로 활용됐다. 9천512㎡(2천800평) 부지의 넓은 야외정원에는 다양한 수목과 꽃이 심겨져있다.

송선희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충북도지사 관사는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며 역사성과 건축적 상징성까지 갖추고 있어 이를 최대한 보존했다"며 "근대유산이라 외관은 리모델링할 수 없고 내부만 단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공간인 다다미방은 4칸이었는데 중간에 쪽문이 하나 있어서 이 비밀통로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충북도지사 구 관사를 리모델링한 충북문화관 '문화의 집' 북카페. 다다미방을 리모델링했으며 미닫이 창호 등 일본식 건축양식이 눈길을 끈다. / 김미정

현재: 10년간 40만명 찾은 '문화예술공간'

2년여 리모델링을 거쳐 2012년 9월 6일 개관한 '충북문화관'은 10년간 40만명이 다녀가는 등 충북의 대표 '도심속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구 관사는 '문화의 집'으로, 신 관사는 '숲속갤러리'로, 야외정원은 야외공연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의 집'에서는 도내 11개 시군 대표문인 12명의 삶의 궤적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과 이들의 작품을 읽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북카페로 꾸며졌다. 지역 대표문인으로는 청주 신동문·신채호, 충주 권태응, 제천 권섭, 괴산 홍명희, 보은 오장환, 옥천 정지용, 증평 김득신, 진천 조명희, 음성 염재만, 단양 우탁, 영동 권구현 등 고려시대부터 근현

충북도지사 구 관사를 리모델링한 충북문화관 '문화의 집' 내부. 도내 시·군 대표 문인 12명이 소개되고 있다. / 김미정<br>
충북도지사 구 관사를 리모델링한 충북문화관 '문화의 집' 내부. 도내 시·군 대표 문인 12명이 소개되고 있다. / 김미정

대까지 12명이 소개되고 있다. 관사 시설에 대한 자료와 역대 도지사들의 도정사료도 만날 수 있다.

신 관사를 새단장한 '숲속갤러리'는 1~2층 전시실(1층 102㎡, 2층 107㎡)과 야외전시장으로 구성된 전시공간이 됐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전시를 만날 수 있고 예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은은한 클래식이 들리는 야외정원은 크고 작은 공연과 행사가 열려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고, 문화의 집과 숲속갤러리를 이어주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1969년 신축한 충북도지사 신 관사(왼쪽), 신 관사를 리모델링한 '숲속갤러리'(오른쪽) / 충북도DB

미래: 역사자원 연계 '문화유산공간'

충북도는 앞으로 '문화예술공간'을 넘어 주변 문화유산과 연결해 '문화유산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충북문화관 주변 역사자원인 조선시대 초기 창건해 삼남 제일의 유서깊은 청주향교, 백제~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당산토성, 1923년 완공된 등록문화재 제수변실, 1924년 충북금융조합 사택으로 지어진 일본식 목조주택 우리예능원, 1935년 건립된 청주지역 첫 성공회성당(충북도 유형문화재) 등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strong>​​​​​​​충북도지사 관사 야외정원. / 김미정</strong><br>
충북도지사 관사 야외정원. / 김미정

박선희 충북도 문화예술팀장은 "과거에는 도지사를 위한 공간이자 충북도를 방문한 내외빈 환영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도민을 위한 공간이자 복합문화예술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몽마르뜨언덕이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예술의 언덕'이 됐는데 충북문화관도 충북의 역사와 문화,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도심속 문화예술·문화유산공간으로서 '충북의 몽마르뜨언덕'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은 충북문화관 개방 10주년을 맞아 6월27일부터 7월4일까지 '숲속 아트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충북여성미술작가 전시, 인문학강연, 미술장터, 공연, '대성로 122 문화유산 이야기' 탐방 등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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