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2020년 상반기 충북경제는 상처 투성이다. 전 세계는 물론 대한민국, 충북경제에 이르기까지 2020년 올해 상반기 주요 키워드는 '코로나 19'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충북은 전년대비 생산, 소비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실업급여 신청자는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올 2월 이후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도내 거주자의 지역 내 소비는 -4.8%, 타 지역 거주자의 충북 소비 또한 -6%로 실물경제가 얼어붙었다.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은 정부의 발빠른 방역 대처와 5월 '긴급 재난지원금'이 집행되면서 잠시 '위기탈출'했다.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기는 아직 먼 이야기다.

최근 한국은행은 충북도내 기업체 246개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고용, 투자, 자금상황 등을 설문 조사했다.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상처뿐인 충북경제'다. 응답 업체의 14.6%가 경영악화로 주요 인력을 축소했으며, 코로나 19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향후 33.7%의 기업이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백신이 판매되기 전까지, 소비가 회복 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또한 하반기 수주 절벽을 앞두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구원투수를 자청한 정부, 즉 공공영역이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평화로울 때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전쟁과 같은 큰 위기가 닥치면 그 진가를 나타내며 슬기롭게 해결하는 인물을 두고 우리는 난세영웅(亂世英雄,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영웅은 국가가 펼쳐 보인 '공공'이다.

평소 우리는 '국가의 역할'을 과소평가했다. 하지만 글로벌화 된 지구경제는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으로 국가 및 공공의 중요성이 재조명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염병에 대응해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으로 대표되는 '3가지 원칙'과 검진(Test), 역학조사(Trace), 치료(Treat)라는 '3T'전략으로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이런 원칙과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국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관(民官)과도 긴밀한 협력을 펼치며 '위기극복이 취미인 코리아'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반면 세계흐름은 심상치 않다. 지금 거의 모든 국가들은 '돈'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0여 년 전 금융위기에도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는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어서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은 시장에 풀린 엄청난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부실한 기업도 국민의 세금으로 회생됐다. 달러불패, 미국주도의 금융질서에 의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자본주의 시대, 화폐에 대한 의심은 코로나 19발 21세기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특이점이 될 것이다.

세상이 바뀌는 그 순간, 전염병이 있었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황폐하게 만든 흑사병은 2천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르네상스 이렇게 탄생했다. 약 600년 이상 이어진 절대 신 중심의 사상도, 개인의 창조성을 억압하던 봉건제도도 있었지만 '흑사병'이 촉매제가 됐다.

풀뿌리 개인이 중심 된 창의와 새로운 실험으로'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인본주의(人本主義) 시대는 이렇게 시작됐다. 신이나 자연의 숭배가 아닌 오직 인간성이 존귀(尊貴)하다고 믿는 시대가 '흑사병'이라는 위기 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21세기.

코로나 19라는 다른 이름, 같은 전염병은 인류를 새로운 질서로 안내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사람을 비롯해 생산수단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제한된 세상에 살고 있다. 대면사회로 대표되는 시대는 이제 과거가 됐다.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에는 비대면이 자리 잡았다.

지난 수개월간의 경험으로 사람들은 불편함이 익숙함이 됐다. 기술발전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지금 우리는 코로나 19 라는 강을 건너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술발전 속도보다 빠른 사회변화 속도를 경험하고 있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많은 미래학자들이 "기술혁신이 세상을 변화 시킨다"고 했지만 그들이 말한 '기술결정론'은 이번 코로나 19를 통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의 저자인 KAIST 전치형 교수와 서울대 홍성욱 교수는 미래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합의'라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불안과 공포 속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바쁘게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움직이기 전에 나와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 볼 것인가?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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