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니 바람직·실현되니 믿음직…마을이 달라졌다

대전 유성구 마을자치과 김창집 과장과 마을공동체팀 팀원들이 어은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벌집2호점에서 유성매직 사업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금희 주무관, 오호진 주무관, 김창집 과장, 박옥현 주무관, 송근숙 팀장. / 김정미
대전 유성구 마을자치과 김창집 과장과 마을공동체팀 팀원들이 어은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벌집2호점에서 유성매직 사업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금희 주무관, 오호진 주무관, 김창집 과장, 박옥현 주무관, 송근숙 팀장.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주민 3명이 모이면 마을이 달라진다.' 이웃과 이웃이 모여 마을 문제를 고민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절됐던 소통의 길이 열리고, 공동체가 회복됐고, 마을이 돌아왔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주민이 주인 되는 자치분권은 현실이 됐다. 자치분권을 실현한 대전 유성구 마을공동체 사업 '유성매직' 얘기다. 공동체를 구정운영의 파트너이자 주체로 키운 유성구 마을자치과 마을공동체팀을 만났다. / 편집자주

#공동체, 마을을 그리다

2018년 공동체 한마당 슬로건이 '공동체, 마을을 그리다'였다. 마을사업을 준비하며 포스트잇과 유성매직으로 의견을 냈던 주민들이 마법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자며 '유성매직'을 공동체 사업 브랜드로 결정했다.

여기서 '유성매직'은 공동체가 모여 마을을 만들어가는 활동으로, 공동체가 모이자 유성에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 사업은 2015년 유성구 건축과에서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지원 사업을 진행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2018년 공동주택을 포함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본격화됐다.

주민들이 마을에서 함께 활동하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의 관심사와 고민을 나누며 마을 문제를 발굴하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것이 사업의 취지다.

해를 거듭할수록 사업은 주민 친화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민관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공모분야와 사업규모, 심사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유성구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3~5인 이상 주민모임과 단체는 모두 응모 자격이 주어진다.

공모 분야는 마을공동체 형성과 성장을 돕는 일반공모, 민선7기 구정 역점시책과 주요의제 사업비를 지원하는 기획공모로 구분된다. 일반공모는 다시 주민 간 관계 증진에 초점을 맞춘 씨앗사업, 마을 문제 해결을 위한 줄기사업, 공동체 협업으로 진행되는 연합사업으로 나뉜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을사업을 비대면으로 추진한 '같이가치 환경지키미'. / 대전 유성구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마을사업을 비대면으로 추진한 '같이가치 환경지키미'. / 대전 유성구 제공

기획공모는 공유공간 조성 및 공간 활성화 사업비를 지원하는 공유공간 사업, 마을공동체 활동소식을 웹진이나 유성매직 간행물로 발간하는 마을미디어사업, 생활문제 해결을 위한 의제 발굴 실험으로서의 리빙랩 사업, 마을공동체 활동단체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유성매직 네트워크 사업, 코로나19 극복사업 등이 있다.

지난해 63개팀이 선정됐던 공동체 사업에는 올해 80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사업비를 제외한 사업예산은 2억6천만 원 규모다.

#중간지원조직과 마을 커뮤니티

마을 공유정원 만들기에 나선 '로컬푸드건강밥상'./ 대전 유성구 제공
마을 공유정원 만들기에 나선 '로컬푸드건강밥상'./ 대전 유성구 제공

올해 유성구는 마을공동체 활동 현장과의 소통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중간지원조직을 만든다. 행정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공동체 지원센터는 6월에 설계를 마무리하고 신축공사에 들어간다. 올해 12월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을 안에서 주민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마을자치 거점으로서의 커뮤니티 공간도 조성한다. 지난해부터 매년 3개소의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유성구 원신흥동에 조성된 공유공간 꿈샘은 주민소통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대전 최초의 공공형 마을커뮤니티 공간이다. 작은내수변공원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2월 주민에게 개방했다. 올해 9월에는 신성동에 공공형 마을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된다.

지난해 주민공모사업으로 조성된 공유 공간으로는 이랑과 벌집2호점이 있다. 이랑은 유성구 전민동에 공동육아를 고민하는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고, 벌집2호점은 유성구 어은동에 청년과 마을공동체 활동공간으로 조성됐다.

'노은 핵인史'가 가족단위 주민 참여로 완성한 태극기 도시락./ 대전 유성구 제공
'노은 핵인史'가 가족단위 주민 참여로 완성한 태극기 도시락./ 대전 유성구 제공

유성구는 주민주도로 마을의 실생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 중심의 리빙랩(생활실험실)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소소한연구소는 이 사업으로 노은지역 공공 공간 활성화사업을 추진했고, 신성마을리빙랩은 신성동 놀이공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올해 심심풀이는 진잠지역에서 굴다리 안심길 디자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성매직을 통해 유성은 더 좋은 유성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성구는 대전에서 처음으로 자치분권 특별회계를 도입했다. 주민세 수입의 일정부분을 자치분권 예산으로 편성해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예산으로 쓰는 것이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의 의지였다. 지난해 조례가 통과되고 본예산에 편성돼 올해부터 추진하는 자치분권 특별회계 예산은 25억 원 규모다.

대전에서 처음,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최초다. 대전 유성구는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주민참여예산제 평가에서 우수, 올해 2월 대전시 주민자치분권지표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성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사업

가족과 함께 태극기 도시락 만들기를 기획한 '노은 핵인史'./ 대전 유성구 제공
가족과 함께 태극기 도시락 만들기를 기획한 '노은 핵인史'./ 대전 유성구 제공

"공동체사업은 성과보다 과정이 중요해요. 사업을 하면서 주민들이 마을에 관심을 갖고 서로 소통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자치 역량도 강화된다고 생각해요."

마을자치과 마을공동체팀 송근숙 팀장의 얘기다. 예산을 지원받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 아니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공동체팀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각오는 남다르다. 지역공동체지원센터 설립과 신축업무를 담당하는 박옥현 주무관은 중간지원조직 설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민들의 활동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질수록 시스템을 지원하는 인력과 예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는 거죠.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자치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공동체 공모사업을 담당하는 송금희 주무관은 공동체사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주민들에게 행정이 사전 컨설팅까지 해준다는 점을 강조하며 거침없이 도전해볼 것을 권유했다.

"마을 활동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공모뿐 아니라 컨설팅도 해드리고 있어요. 행정과 구별지기 활동가(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지원)를 통해서도 컨설팅 받을 수 있어요.

공유공간과 마을커뮤니티 공간 조성 업무를 담당하는 오호진 주무관은 주민 활동이 활발해지려면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의 거점이 되는 공간은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관주도의 공간과 주민주도 공간을 조성하고 있어요. 관주도라고 해도 운영은 주민운영위원회에서 담당하니까 사실상 주민이 주체입니다. 주민 요구와 관의 의지가 결합된 성과가 공유공간과 마을커뮤니티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마을공동체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3년째. 마을공동체팀 직원들은 유성구에만 어림잡아 200여개의 마을공동체가 활동 중일 것으로 짐작했다. 올해는 131개 단체가 사업에 응모해 80개 단체가 선정됐다. 더 많은 주민모임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성장하거나, 때로는 사라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신성동 놀이공간 프로젝트 참여 주민들이 만든 '밧줄연구모임'./ 대전 유성구 제공
지난해 신성동 놀이공간 프로젝트 참여 주민들이 만든 '밧줄연구모임'./ 대전 유성구 제공

마을공동체팀 팀원들은 유성구가 '유성매직'을 통해 대전의 공동체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성매직'을 짧게 정의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람의 체온인 36.5℃(송근숙), 모두의 놀이터(송금희), 마법을 가능케 하는 주민의 참여(오호진), 마을의 변화를 그리는 유성구의 원동력(박옥현).

공동체의 가치와 자치분권 실현에 나선 유성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설명이 쏟아졌다.

마을자치과를 이끌고 있는 김창집 과장은 유성매직을 '스타탄생'이라고 정의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주민이 진정한 마을의 주인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이런 이유로 유성형 자치분권 실험, 마을공동체 사업인 '유성매직'은 주민의 귀환이면서 주인공이 된 주민, 즉 스타의 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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