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며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돈이 없어 불행하고 돈 때문에 인간의 기본 도리를 망각하기도 한다.

몇년전 한 시민단체가 청소년의 윤리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초·중·고교생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무릅쓰겠다'고 응답한 고교생이 44%, 중학생이 28%, 초등학생이 12%로 나타나 큰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물론 이들이 장난기로 응답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물질만능시대에 타락한 일부 청소년의 현주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프랑스의 철학자 라깡은 '욕망은 근원적으로 결핍이다'라고 했다. 인간은 무언가를 욕망하며 살아간다. 욕망하는 대상을 소유하면 욕망이 사라질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욕망하는 대상만 바뀔 뿐이라고 한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는 다음의 이야기가 있다. 소작농인 바흠은 바시키르 마을의 촌장으로부터 천 루블만 내면 종일 밟은 땅을 모두 차지해도 좋다는 계약을 맺는다. 단 해가 질 때까지 출발지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무효라는 조건이었다.

다음 날 바흠은 동이 트자마자 신이 나서 앞으로 걸어갔다. 점심이 지나 돌아 올 지점을 지났는데도 계속 나아갔다. 갈수록 눈앞엔 더욱 비옥한 땅이 펼쳐져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당황한 마흠은 젖 먹던 힘을 다해 원래 지점으로 달려갔다.

마침내 해가 지기 직전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출발점에 도착했다. 하지만 해가 서산으로 넘어감과 동시에 가슴을 쥐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가 차지한 건 고작 한 평 남짓한 자신의 무덤이었다.

많은 재산을 소유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시골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해서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을 다녀온 아들이 소감을 말했다.

"우리 집에는 개가 한 마리 있지만 그 집에는 네 마리가 있고, 우리 집에는 수영장이 하나 있지만 그 집에는 끊임없이 흐르는 계곡이 있어요. 우리 집에는 전등이 몇 개 있지만 그 집에는 무수한 별이 있고, 우리 집에는 작은 정원이 있지만 그 집에는 넓은 들판이 있어요. 우리 집에는 가정부의 도움을 받지만 그 집에서는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어요. 우리 집에서는 돈을 주고 음식을 사 먹지만 그 집에는 손수 농사지은 먹을거리가 있고요. 우리 집은 높은 담장이 보호하지만 그 집은 이웃들이 보호해 주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버지. 저는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한지 비로소 깨달았어요."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가져도 더 탐나고, 누려도 더 누리고 싶다. 게다가 현대인은 결핍의 욕망으로 살아간다. 채우고 채워도 충족되지 않는다. 끝까지 올라가도 만족이란 없다. 높은 학력을 갖추었음에도, 많은 부와 명성을 얻었음에도, 만족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만족이나 행복은 가진 것에 비례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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