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국내 처음 순동(純銅) 제품

주석을 섞지 않은 순동 제품으로 확인된 춘천 우두동 출토 화살촉(춘천33332). / 청주박물관 제공
주석을 섞지 않은 순동 제품으로 확인된 춘천 우두동 출토 화살촉(춘천33332). / 청주박물관 제공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국립청주박물관(관장 신영호)이 소장한 청동기 일부 제품이 주석을 섞지 않은 순동 제품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주석이나 납을 섞지 않은 순동이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주박물관은 5월 19일 청주박물관이 개막한 '한국의 청동기문화 2020' 특별전을 준비하며 국립박물관 소장 청동기 58점에 대한 엑스선형광분석(XRF: X-ray Fluorescence Spectrometry)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청주박물관은 분석 대상 청동기는 시기, 지역, 기종 등을 고려해 엄선했고, 분석 오차를 줄이기 위해 청동기의 표면 및 소지(素地)를 각각 복수로 분석한 후, 평균값을 산출했다고 했다.

그동안 청동기시대 청동기의 성분 분석은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으나, 산발적으로 이뤄져 청동기시대 전 시기의 맥락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분석에 사용한 기계와 분석의 방법, 조건 등이 달라 청동기 조성 성분의 시기적 변천을 살피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었기에 이번 분석 조사를 기획하게 됐다는 배경이다.

청동기는 구리(Cu)에 주석(Sn)을 섞은 합금을 이르는 말로 여기에 납(Pb)을 첨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주석이나 납을 섞지 않은 순동이 확인된 사례가 없었다.

이번에 확인된 순동 제품은 청동기시대의 전기(서기전 13~10세기 무렵) 유적인 춘천 우두동 33호 주거지에서 출토된 화살촉이다. 이 제품은 조사 결과 구리 함량이 99wt%(무게의 비율)에 이르는 순동 제품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청동기인 정선 아우라지 유적 출토 꾸미개 3점과 진주 대평리 출토 꾸미개도 구리 함량이 95wt%이상 검출돼 순동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의미는 순동 화살촉을 비롯해 구리 비율이 매우 높은 청동기들이 청동기시대 조기(서기전 15~13세기 무렵)와 전기에 집중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본격적인 청동기 등장 이전, 순동기로 이루어진 시기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만약 우두동 출토 화살촉 등 구리 비율이 높은 제품들이 한반도에서 제작한 것이라면 구리 제련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성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분석은 국립청주박물관과 국립부여박물관 보존과학실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분석 데이터는 '한국의 청동기문화 2020' 특별전 (8월 9일 폐막) 도록에 소개됐다. 분석 결과는 향후 고찰 등을 거쳐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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