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창선 시인

핸드폰 카톡 소리가 카톡 거 린다 아침 6시30분 열어본 핸드폰 속 문자에는 "바보야 모하니" 친구에 메시지다 "나 너 기다린다" "알써" "몇 시" "구시반" 남들이 보면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를 것 같은 우리 둘 만이 언제부터인가 통하는 카톡 메시지다, 나와 가까운 친구이다.

내가 귀촌한지 만으로 4년이 넘었지만 그 동안 청주서 미원까지 30㎞가 넘는 길을 이틀에 한 번꼴로 찾아주는 친구다. 다시금 카톡거린다 "바보야 오늘은 모할 건데" "ㅎㅎㅎ 어제저녁에 앞산 뻐꾸기가 오디가 다 익어간다고 따다 술 담그라더라 너랑 오디 따러 가야지" "금동이와 이뿐이는 모하냐" "모하긴 너 기다리고 있다" 금동이와 이뿐이에 안부까지 묻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친구다.

벽시계를 다시 본다, 6시30분을 조금 넘긴 시간 바쁠 것도 없지만 자칫 나태해질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매일 아침 뒷산 오르내리는데 한 시간 삼십 분 남짓 걸린다. 현관문을 나서는 날 빤히 바라보는 금동이와 이뿐이, 나보다 앞장서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른다. 오늘도 이렇게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4년 전 귀촌할 당시 친구들은 하나같이 나 홀로 귀촌하는 것을 보고는 외로워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지낼거냐고 걱정했다. 그랬다, 처음 귀촌했을때 나에 생각과는 달리 한가한 시간엔 외롭고 적적했다. 때로는 낯선 곳에 홀로 서서 소외된듯한 느낌을 받을 때에는 서글픈 순간들도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동안 바쁘게 살면서 소원했든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소식도 전하며 안부도 묻고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면서,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외로움을 달래도 보며 한가한 시간을 메워 보려 했지만 그리 쉽진 않았다.

귀촌해서 처음 맞은 그해 첫가을. 들녘엔 오곡 무르익어 황금빛으로 물들고 앞뒷산엔 단풍 곱게 물들어가든 어느 날, 어두움이 온 대지에 내려앉고 귀뚜라미 울음소리 온 세상 가득한데 내 집 앞산엔 둥근달 떠올라 가을에 정취가 한껏 무르익던 밤, 문득 외로움이 밀려오고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서러움들이 복받처 눈물이 날 것 같던 그 순간. 갑자기 '아! 내가 살아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슴 가득 행복이 넘쳐 났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젊었던 시절 한때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지낸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 내가 죽어가는 꿈을 꾸는데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이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후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유창선 시인

그렇게 죽음에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듯이 살아있으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난 그 후부터는 외로움도 외롭다 생각되지 않게 되었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요즈음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그러나 난 아직도 모른다, 사람이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 그런 난 난 외로워 행복하기에 살아간다.

오늘은 내게 어떤 또 다른 외로움들이 날 행복하게 해 줄까? 오늘따라 산새들 노랫소리가 한층 더 아름답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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