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제2의 팬데믹이 예고된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힘들고 괴롭다. 만날 사람 만나지 못하고, 마주 보고 밥 먹지 못했다. 처음 해보는 온라인 수업에 배우는 이나 가르치는 이 모두 힘들다. 연주회장이나 경기장에 모여 열광하지도 못한다. 일거리를 잃은 이들도 많고, 죽어간 이들도 많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뉴노멀 시대다. 우리 삶을 짓밟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얄밉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배운 것도 많다.

우리 서로가 얼마나 많이 엮여 살고 있는가 깨닫는다. 가사노동부터, 의료, 기본서비스 등에 종사하는 이들 덕분에 살고 있다. 서로 돕고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예전 같으면 후베이라는 중국 도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도시 하나를 봉쇄하면 끝날 수 있었다. 반년 사이에 전 세계에 퍼진 것에서 보듯 세계화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감염되고 전파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모두 공평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선진국이든 저개발국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감염된다. 다만 더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저개발국가나 사회 소외계층이다.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동식물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운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생태계 파괴로 인해 동물에게 붙어살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화석연료의 과잉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 이윤과 개발을 앞세운 동물서식지 파괴와 야생동물 도살 등으로, 동물과 공생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왔다는 거다. 바이러스 감염병 주기가 날로 줄어들어 이제는 5년, 3년, 1년 주기가 될 것을 예고한다. 인류가 자연 일부임을 자각하고 함께 살아야 할 동식물, 자연환경을 잘 보존해야 한다.

무한경쟁과 성장만을 추구해 온 경제가, 사람을 잘살게 하기 위한 경제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갈 것을 가르쳐 준다. 방향 없이 양적 성장만을 추구해 온 세계 경제 질서는 사회공동체를 파괴하고 정글화 했다. 무한성장과 세계화를 지양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중심 세계화, 건강, 안전, 복지를 가져오는 경제발전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효율성과 수월성, 대량생산·대량소비를 지양하고, 불평등과 갈등을 해소해서,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고 모두가 행복한 적정규모의 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다. 최고인 줄 알았던 미국이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부족한 의료보험제도와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미국이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BTS나 기생충처럼. 지역봉쇄를 하지 않고도 대구·경북의 초기 코로나 사태를 극복했다. 높은 시민의식을 확인했고, 소위 K방역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K방역에서 성공한 것처럼 성숙한 대응모델을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고 한반도평화를 정착하는데 적용해야 한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일하는 이유, 성장해야 할 이유, 개인의 삶과 가족관계, 이웃 관계 등. 이제는 비교의식을 버리고 남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닌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살아야 한다. '무조건 더'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일하고, 자신이 바라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혼자만 잘살 수 없다.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며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여 모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정부, 기업, 개인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코로나19와 살아온 반년.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멀고, 나온다 해서 종식되지도 않을 거라 한다. 함께 가야 한다. 계속 마스크 끼고, 물리적 거리 두고, 정기적으로 방역하여야 한다. 이런 불편함 속에서 달라진 기준에 따라 살아야 한다. 그러나 디스토피아 아닌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을 품고, 불의했던 과거 구조를 타파하고 개혁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