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대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대전지역 첫 학생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전시교육청은 다음 날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기자실을 가득 메운 취재진들의 움직임에서도 심각성이 느껴졌지만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설 교육감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뒤로하고 서울 출장길에 올랐다. 국회도서관과 MOU를 맺기 위해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됐던 일정으로 참석이 불가피했다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또 이날 발표된 대응 방안을 전날 밤 늦게 까지 교육감과 함께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지역 감염이 속출하고 학생 확진자까지 나온 비상시국에 교육계 수장이 자리를 비운 이유치고는 매우 빈약하다. 국회도서관과의 MOU 체결이 코로나19의 긴박한 상황보다 중대했는지 의문이다. 또 '예정된 일정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이해할 학부모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설 교육감은 지난 2월 코로나19로 국내·외 이동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미국 출장을 강행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출장목적도 업무협약이었고, 출장 이유도 오래전부터 추진됐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상황을 이미 한 차례에 겪었는데도 왜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교육청이 "전국적으로 학교 감염 전파는 단 한 사례도 없다"며 "학교가 더 안전하다"고 강조한지 하루도 안돼 지역에서 첫 학생 감염자가 나왔다.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교육현장에 만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앞서 지난달 24일 대전시 동구청 홈페이지에는 눈을 의심할 만한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가 한창인데 동구청장과 전·현직 구의장 등이 떠들썩한 회식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게시자는 "이 시국에 나라가 떠나가라 회식하신 동구청 임원님들 제정신이신지요"라며 다이나믹 백세인생 건배사를 계속 외치고 '술 가져와라 너는 아니다 여자가 따라라' 등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술자리는 전직 동구의회 의장의 생일 축하 자리로, 전직 의장들과 지인 등 10명가량이 모였고, 황인호 동구청장과 이나영 동구의회 의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시 들러 인사만 했다"며 이나영 의장이 사과했지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전시장이 고강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민들에게 호소하며 행사와 모임 자제를 당부한 지 사흘 만에 벌어진 꼴불견이라 비난이 쏟아졌다.

더구나 동구는 술판이 벌어진 이날부터 '음식점 생활 속 거리두기 합동점검'에 들어갔다.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구청장부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비난이 쇄도하는 이유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대전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분위기다. '동구청 술판'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코로나19는 조금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