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물감 먹고 피어난 '백 년의 추억'

청주의 근현대건축 12경을 수채화로 탄생시킨 김성미 작가가 7일부터 19일까지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청주읍성의 해체로부터 전시를 개최한다. / 이지효
청주의 근현대건축 12경을 수채화로 탄생시킨 김성미 작가가 7일부터 19일까지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청주읍성의 해체로부터 전시를 개최한다.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시 도시경관을 만드는 중요한 건축물 12곳이 김성미 작가의 눈과 마음에서 수채화로 피어났다.

이번 전시는 김성미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으로 7일부터 19일까지 옛 충북도지사 관사 옆 숲속갤러리에서 '청주읍성의 해체로부터'를 주제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두 사람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박종석(전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사)씨가 기획하고 김성미 작가의 감성적 채색이 조화를 이뤘다.

전시 기획은 '청주시 도시경관이 언제부터 전통한옥(기와집 또는 초가집)에서 벗어나, 어떻게 근현대 건축으로 변화 되었을까?'하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질문의 겉은 '근현대 청주 건축의 시작'이지만, 그 속내는 '건축과 도시경관의 변화 속에서 청주 사람의 일상과 마음을 읽고 싶다'는 것이다.

이에 두 사람은 '디지털청주문화대전', '신문기사', '연구보고서' 등 각종 문헌자료를 채집하고 토론을 통해 일차적으로 12곳의 건축물을 선정해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청주근현대건축유산 12곳의 이야기는 김성미 작가의 회화적 해석을 통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들이 구성한 '청주근현대건축유산 12경'은 청주시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인 '망선루(1461년 중수)'를 시작으로, '청주탑동양관 4호관(1906년), 3호관(1911년), 5호관(1911년), 6호관(1912년), 2호관(1932년)', '주성교육박물관(옛 청주공립보통학교 강당, 1923년)', '청주문화동 일양절충식 가옥(1924년)', '청주성공회성당(1935년)', '청주제일교회(1939년)', '청주시평생학습관(옛 청주서부경찰서, 1981년)', '학천탕(1987년)'에 이르렀다.

관람객이 '청주근현대건축유산 12경'을 관람한다면 '망선루'는 고려시대 목조 건축으로 근현대 건축물이 아님은 분명한데 왜 청주근현대건축 12경 목록에 들었을까?를 궁금해할 것 같다.

이에 박종석씨는 "망선루는 일제강점기에 청주에 들어온 일본경찰의 무술 훈련을 위한 '무덕관'을 짓고자 철거했으나, 지역의 선각자들이 지금의 청주제일교회 자리로 건축부재를 옮겨와 학교로 사용했다"며 "그것이 세광중고등학교의 모태이고 청주 사립학교의 시작이어서 이런 역사적 의미에서 근현대 건축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궁금증을 들게 하는 것이 있다. 청주탑동양관 6개동 중 왜 1호관이 빠졌을까?이다.

이에 대해서는 "탑동양관 6개동 중, 1호관만 유일하게 개인소유로 담장 안을 들어가 볼 수 없어 다음 기회로 미뤘다"고 말했다.

김성미 작가는 "이번 전시 작품이 보여주는 12곳 건축물에 머물지 않고 현재 청주의 도시경관을 만들고 있는 중요한 건축을 계속해서 찾아가 그려 청주시민과 함께 즐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획자인 박종석씨는 "건축물과 도시경관은 그 안에 터 잡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지적 감성적 변화 그리고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 변화를 담고 있는 살아있는 기록물이라 생각한다"며 "청주시민의 근대적 생활양식과 생각의 변화를 읽고자 청주시의 근현대 건축을 살펴봤는데 탐색 과정에서 근현대 변곡점의 첫 건축물로 '청주탑동양관' 4호관, 3호관, 5호관, 6호관을 주목했고, '청주읍성 성돌'과의 관계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주읍성의 철거는 공식적으로 '조선총독부가 1912년 10월 7일 각도 장관에게 시달한 훈령 9호인 시구개정((市區改正)'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철거는 훈령 9호 시달에 앞서 이미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청주읍성 철거에서 나온 성돌이 '청주탑동양관' 주춧돌로 사용됐다.

박종석씨는 사실을 근거로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 "청주 근현대 건축은 청주읍성의 해체로부터 시작됐다"고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다.

그는 "제 생각이 학문적으로 객관성과 타당성을 정밀하게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유연하게 받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완성한 김성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일신여고 출신이었지만 그때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양관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고 일일이 손 작업을 통해 그려내는 작업들이 힘들었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난 후에 성취감을 느끼게 됐다"며 "채색의 변화를 통해 각 건축물에 서로 다른 정서를 담아 보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는 스스로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도, 또 부담은 있지만 의미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건축물에 대한 정서를 담기에는 지극히 일부분만 가능했기에 관람자분들이 12곳 건축물을 실제로 답사해 그림으로 담지 못한 더 많은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시고, 건축물과 대화 나누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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