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비상체제 돌입 수익성 없는 사업정리 의지 해단 공문 통보

KBS어린이합창단이 KBS 경영 악화로 해단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KBS어린이합창단이 지난해 열린 어린이큰잔치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 중부매일 DB
KBS어린이합창단이 KBS 경영 악화로 해단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KBS어린이합창단이 지난해 열린 어린이큰잔치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이제나 저제나 연습할때만 기다렸는데 해단이라니요. 너무 속상하고 당황스럽네요. 작년에 새로운 단복까지 맞췄는데 경영상 문제로 자라나는 꿈나무들의 희망까지 꺾어야 하다니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1958년 창단해 62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KBS청주어린이합창단이 해단 위기에 놓여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S는 지난달 22일 경영 악화로 어린이합창단 운영이 불가피하니 KBS청주방송총국에 공문을 보내 어린이합창단 해단을 통보했다. KBS는 지난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경영혁신안에는 인건비 비중 축소, 사내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 자회사 성장전략 마련, 수신료현실화 추진,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 해소 등으로 이 안에 어린이합창단 해단도 포함된 것이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정리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다.

KBS청주어린이합창단은 울산·제주·부산·전주 등과 함께 전국에 남은 5곳 중 하나다. 이중 제주·부산·전주 KBS어린이합창단은 학부모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고 청주와 울산은 방송국 예산을 일부 지원받아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KBS청주어린이합창단의 경우 연말 방송 제작비 등을 포함해 연간 1천800여 만원의 예산을 방송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단복, 간식 등 기타 비용은 학부모들의 회비로 충당해 왔다. 지휘자, 반주자, 안무자 등 지도자들은 교통비 정도의 지도비만 받고 합창단을 지도해 왔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KBS청주어린이합창단 지휘자인 박영진 서원대 음악교육과 겸임교수는 "KBS청주어린이합창단은 돈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큰 상징성이 있고, 청주의 경우 큰 문제 없이 잘 운영돼 왔다"며 "현재 청주에 예술대학도 모두 없어져 걱정하는 판에 지역예술의 밑바탕 역할을 하는 어린이합창단을 없애려고 하다니 망연자실하다"고 토로했다.

박 지휘자는 "트롯이 열풍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다워야 한다"며 "매년 학교를 찾아다니며 동요 알리기 프로젝트 등 교육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해왔고, 이런 부분을 공영방송이 사회적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너무도 부당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청주어린이합창단 단원들은 물론 학부모들, 지역 예술인들도 안타까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학부모는 "해단 소식을 접했지만 아이가 받을 충격에 아직 이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했다"며 "아이들도 합창 시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친구들과의 교우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을 받았었는데 너무나도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청주방송총국 관계자는 "그 동안 청주에서는 합창단 해단을 막기 위해 본사에 의견을 피력하는 등 노력했으나 조정절차 없이 이 같은 통보를 받았다"며 "본사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안타까운 상황으로 내년은 기약할 수 없으나 올해 연말 공연까지는 정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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