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성수 경제부 기자

정부와 계란유통업체간 갈등을 빚어왔던 계란이력제 단속이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적발 시 과태료에 행정처분까지 내려지게 되는데 현재 업계는 단속에 대한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지역 계란유통업체의 경우 중장년 1인이 운영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력 관리 시스템 관리는커녕 컴퓨터 시스템 사용조차 힘든 이들이 부지기수다.

게다가 장비 구입부터 관리, 유지, 인건비 등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데 수입이 많지 않은 이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이들 입장에서는 경기도 좋지 않은 판국에 정부에서 애꿎은 돈을 쓰라고 요구하고 있는 꼴일 것이다.

계란이력제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생산에서 판매까지 계란의 이력을 공개하는 관리시스템을 통해 이력번호를 포장지에 표시하고, 거래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회수 및 유통 차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미 업계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의무화된 '난각(계란껍데기) 산란일자 표시제'를 시행중이다. 이를 통해 산란일자와 생산 농장번호, 사육환경번호를 제공하고 있다.

안성수 경제부 기자
안성수 경제부 기자


업계에서는 비용과 절차가 늘어날 뿐 중복 규제에 실효성 또한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농식품부 측은 예정대로 계란 이력제를 시행하려 했다. 그러자 업계는 '반대 집회'를 준비하는 등 반발했다.

다행히 정부 측도 이를 인정하고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단속 유예기간동안 현장 실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계란이력제 정착에는 현장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이 꼭 필요하다. 남은 6개월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업계와 조율을 통해 안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책, 올바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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