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작년 12월말 중국 우한지역에서 최초로 발생 된지 채 반년밖에 안됐는데도 말이다.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이라 할 수 있는 1918년 스페인독감이 전 세계로 확산 유행되기까지 2년여가 걸렸다고 하니 코로나19의 전파속도가 얼마나 빠른지짐작할 수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바로 글로벌가치사슬(Gloval Value Chain) 때문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 생산, 유통, 폐기 등 전 범위에 이르는 기업의 활동이 운송 및 통신의 발달로 인해 세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현재, 세계경제는 마치 '하나의 경제공동체'처럼 분업화되고 세분화되어 어떤 기업도 상품과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생산해 낼 수 없게 되었다. 이른바 '초연결사회' '국제분업사회'의 특징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펜데믹 상황 속에서 글로벌가치사실은 그 한계를 드러냈다. 바로 세계 각 국에서 벌어진 마스크 수급대란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마스크 수급문제는 거의 참사수준이다. 일반인은 물론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조차 제대로 된 마스크, 방호복, 산소호흡기 등 기본 의료장비를 구하지 못해 병원 밖에서 시위할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세계최대 마스크제조회사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3M이며, 세계 마스크시장의 많은 부분을 미국기업이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독일 프랑스로 갈 3M마스크 물량을 빼돌리기 했다가 '해적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 동안 세계화의 물결속에서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생산기지를 중국, 동남아 등으로 옮긴 결과다. 국민들이 사용할 마스크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미국의 현실. 세계 경제대국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져 있는 미국제조업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기존 무역질서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자국우선주의 경제체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벌어진 각국의 이기적이고 비상식적인 전쟁대상이 마스크가 아니라 '식량'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식량문제는 인류의 생존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마스크문제와 비교할 수 없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식량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잉생산으로 쌀이 남아도는데 무슨 식량안보냐?'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사실 우리나라는 밀, 콩, 옥수수 등 곡물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OECD국가 중 곡물자급률이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쌀 자급률은 97.3%로 높은 수준이지만 그 외 주요곡물의 경우 밀 1.2%, 옥수수 3.3%, 콩 25.4%, 보리쌀 32.6%에 불과한 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코로나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수입을 통해 언제라도 국민들에게 공급할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은 접어야 한다. 지금부터 식량안보를 위해 농업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국민경제에 있어 농업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농업과 농촌은 식량을 공급하는 기본적인 기능 외 환경보전, 농촌경관 제공, 전통문화 유지 계승 등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실로 크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시점에서 '총성 없는 식량전쟁'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우리 농업과 식량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