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부모의 재력만 믿고 일은 하지 않고 말썽만 일으키고 다니는 자식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제발 철 좀 들라고 야단을 치는데, 그 옆집에서는 구차한 살림에 공사장 일만으로도 피로할 텐데 매일 술에 취해 퇴근하는 아버지에게 중3 아들이 '아빠, 이젠 철 좀 드세요!'라며 가장다운 아버지이기를 간청한다.

성추행으로 고발이 되어 벌금형을 받고 돌아온 할아버지에게 손녀가 '할아버지, 철나는 게 뭐예요? 사람들이 저보고 할아버지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정말이에요? 철은 언제 다 드는 거예요?'

아주 오래 전에 동네 우물에서 물동이에 물을 가득 길어 머리에 이고 가는 아주머니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도망치는 기와집 망나니 막내아들 등에 대고 아낙이 진한 욕설을 들어붓는다. '인두겁만 쓰면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 같아야 사람이지! 저런 걸 나 놓고도 미역국이 넘어갔나?'

최근 들어서 기부금이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가 기부금이 투명하게 쓰이지 않아서 그렇다는 뉴스를 들은 손자가 코로나 19. 피해자 돕기 모금함에 넣을 플라스틱 저금통을 들고 나오면서 묻는다. '할아버지, 이런 저금통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면 투명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추운 겨울 아파트 입구에서 묵직한 보따리를 든 할머니가 초등학생에게 쪽지를 보여주며 거기까지 좀 데려다 달라기에 손을 잡고 117동을 찾아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36층으로 올라가 벨을 누른다. 아무 대답이 없자 어린이는 아주 난처해하는데, 할머니는 여기서 기다리겠다며 고맙다고 꼬깃꼬깃한 봉투를 하나를 주면서 '이건 내가 고마워서 주는 것이니 받아주면 좋겠다. 혼자서 갈 수 있겠니? 차 조심하고.' 접힌 봉투 속에는 10만 원짜리 수표가 있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유원지에 버려진 할아버지가 안전요원의 도움으로 이튼 날 저녁 서울의 아들에게 인계가 되었다. 구청에서 만들어준 점퍼의 지퍼에 매달린 주소와 연락처 손잡이가 구명줄이 된 것이다. 가족과의 만남을 기뻐하며 하시는 말씀이 '남은 짐 가지러 왔으니 다 챙겨다오. 같이 사는 동안은 정말로 고마웠다.' 할아버지가 가출한 걸 안 손자가 부모님을 나무란다. '젖 떨어진 강아지도 엄마를 찾느라 밤새 헤매며 우는데, 엄마 아빠는 개만도 못한 거야?'

종이상자를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를 밀어주던 중년신사가 길에 떨어진 할머니 지갑을 자기 주머니에 넣고 그냥 간다. 이 광경을 본 젊은이가 신사를 쫓아가서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합의금을 챙긴다. 신사가 경찰에 역신고하여 덜미가 잡힌 젊은이는 더 많은 벌금을 내야했는데, 지갑주인 할머니는 자기가 고마워서 사례하느라고 준 것이니 못 받겠다며 한사코 돌려받기를 사양한다.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사리(事理)를 가릴 줄 아는 힘(能力)이 생기면 보통 철이 들었다고 말하는데, 그 철이 나거나 들기가 정말로 어렵고 힘이 드는가보다. 어른이 철부지 같은 아이를 꾸짖을 때나 철없는 아이 같은 어른을 심하게 책망할 때 쓰이는 말 '철 좀 드세요!'는 누구에게도 듣지 말아야 할 말이다. 그럼 당신은 철이 들었나?

부모라고, 나이 좀 들었다고, 직장 상사라고, 경제력 좀 있다고, 세력 좀 쓴다고, 주먹에 뿔났다고, 의자가 높다고, 좀 더 안다고, 재주가 좀 낫다고, 부모 잘 만났다고, 따뜻한 옷 입었다고, 뼈다귀 갉아먹는 이빨 가졌다고, 사내 코빼기라고 어설프게 행동하는 위인이 듣기에 딱 좋은 말이니 극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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