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직장에 올해 젊은 직원들이 많이 입사했다. 점심시간 잠깐의 휴식시간에 그들의 대화는 참 알아듣기 힘든 단어가 오고간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젊은이들의 신조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데 아직도 멀었나보다.

다양한 신조어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글인가 싶은 축약어가 난무하고, 외래어와 한글이 혼합된 괴어가 돌아다닌다. 그나마 그들과의 대화에서 배운 말 '플렉스(flex)'를 동년배들에게 사용해보니 역시나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 신조어가 한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안타깝지만 더 큰 문제는 세대간 의사소통의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소통의 부재는 궁극적으로 사회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신조어는 새롭게 생겨나 유행하는 말이지만, 흥미롭게도 예전에 유행했던 말이 다시 부활하는 사례도 보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꼰대'라는 용어다. 대개 '고집스런 노인'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는 것 같다.

'꼰대인턴'이란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꼰대라떼'라는 OST도 드라마의 인기와 동반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사라졌던 꼰대라는 단어가 그만큼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직장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은 타인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게 되고 타인은 그저 내가 내리는 명령이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사람이 된다. '나의 아랫사람'이라는 생각은 상대를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인식은 직장에서 갑질, 직장내성희롱 등과 이어지게 된다. 직장에서 꼰대의 존재는 소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내가 누군 줄 알아?(who)", "네가 뭘 안다고?(what)", "어딜 감히?(where)", "나 때는 말이야!(when)", "어떻게 그걸 나한테!(how)", "내가 그걸 왜?(why)". 육하원칙으로 꼰대의 특징을 유쾌하게 잘 꼬집어내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언어습관이나 성장해 온 환경과 경험만으로 직원을 대하려고 하는 태도는 영락없이 꼰대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의 숨을 막히게 하고 조직으로부터 마음이 멀어지게 만든다.

반대로 꼰대로 비난 받을까 눈치 보는 상사도 많다. 후임자나 부하직원의 실수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지적을 할 수 없다. 정당한 꾸짖음과 훈계에도 '꼰대질'한다고 비난한다. 좋은 선배가 되고자 노력하는 선한 상사들도 무슨 말만 하면 '꼰대소리 하네'라는 뭇매를 맞아야 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잃어버리게 된다.

이래서 '젊은 꼰대'라는 말도 생겼다. 우리 시대의 꼰대는 꼭 나이든 사람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와 무관하게 남의 얘기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주장을 고집하는 사람이 꼰대다.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꼰대가 아닌 할 말은 하되 상대를 배려하고 필요한 의견을 수용하는 따뜻한 꼰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마에서처럼 서로 역할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도 지켜야할 룰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상사는 불분명한 업무지시를 하지 않아야 한다. 일의 목적을 설명하며, 왜 추진되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해야하는지, 업무의 범주와 핵심 과제는 무엇인지, 마감시한, 보고형태는 어떠해야하는지 등 분명한 업무지시가 서로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일의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함께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상사라면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꼰대가 아닐까. 꼰대의 잔소리가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내 마음을 흐리게도 하지만 어쩌면 그 쓴소리가 내게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고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까.

뇌의 신경세포는 20대 초반에 최고조에 달한 다음 매일 10만개~20만개씩 감소한다고 한다. 50대 초반정도면 20대의 젊은 뇌에 비해 5~6% 정도 뇌 용량이 감소하는 셈이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쌓은 경험과 지식은 문제해결이나 예측력, 위기관리 능력 등 종합적인 판단력을 향상시킨다. 노화되어 가는 뇌기능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이들에게 뛰어난 분석적 사고의 강점을 인정하자. 집단을 강조하던 과거의 문화가 개인을 강조하는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음도 인정하자.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를 라떼 커피를 건네며 농담으로 주고 받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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