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영옥 수필가

어깨가 결리고 아프다.

이제는 통증이 팔까지 내려와 잠을 자는 내내 쿡쿡 쑤시기까지 하다. 날이 새면 바로 병원으로 직행하리라 마음먹지만 바쁜 오전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 그럭저럭 견딜만해서 병원은 뒷전이 되고 만다. 오후 시간도 마찬가지다. 매일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종종거리는 하루를 끝내고 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어서야 또다시 팔의 통증을 느끼며 반드시 내일은 병원을 가리라 기약하며 통증 속에서 잠을 청한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거의 일 년여, 이제는 오십견이라는 병명을 달고 오랜 치료기간을 요하는 환자가 되어버렸다.

'만다꼬?'

며칠 전 어느 카피라이터가 강연한 글을 읽다가 내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온 말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금방 알아들을 이 말, '뭐 하러, 뭐 한다고, 뭘 하려고' 하는 말이다.

"만다꼬 그래 쎄빠지게 해 쌓노?"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니?' 정도의 말인데, 가만히 '만다꼬?' 하고 되뇌어보니 그렇다, 뭘 한다고 이렇게 밤낮없이 바쁘게 사는 것일까, 근본적인 '뭘 하려고'에 물음이 다다른다. 일을 그냥 습성처럼,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강박처럼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러면서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려했던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 보지 못하고 꼭 돌아보아야할 일들을 놓쳐버린 것들은 얼마나 많았을 지에 이르고, 다시 한 번 '만다꼬'를 생각해 본다.

자칫하면 이 말은 나태와 게으름, 또는 적당한 허무를 말해주는 듯도 하다. 그러나 삶에 힘을 좀 빼라는 말일 것이라고 풀이해본다. 그동안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 긴장하고 여유 없이 살아온 삶에 대한 경고처럼 말이다. 힘을 좀 빼고 나면 똑같은 상황에서도 훨씬 부드럽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여유로운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렇게 죽기살기로 하지 않아도 난 이미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데 '만다꼬' 그렇게 아등바등 하느냐 말이다.

한동안 코로나의 공포와 우울증으로부터 국민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었던 TV프로그램 중 하나가 '미스터트롯'이다.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노래 실력과 순수한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TV보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열 세 살 난 동원 군이다. 이제 겨우 14년을 살아온 그가 부르는 트롯은 이미 어른들의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음악에 대한 천부적인 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어린 그가 부르는 노래 속의 한은 또 어찌 설명할 수 있을지, 그런 동원 군이 부른 노래 중 '여백'이라는 곡이 있다.

김영옥 수필가
김영옥 수필가

'전화기 충전은 잘 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 마음에 여백이 없어서 인생을 쫓기듯 그렸네'

'만다꼬' 는 어린 동원군이 부른 여백의 의미를 또한 불러 일으켜준다. 전화기 충전 하듯 '만다꼬?' 하면서 살아볼 일이다. 사는 게 힘에 부칠 때나 선택의 기로에 놓여 우선순위를 가려야할 때 내 안에 충전되어 있는 여백, '만다꼬?'를 되새기며 여유를 가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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